베토벤 작품번호 1번은 피아노 삼중주다.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이 함께 연주한다. 피아노가 곡을 주도하고 낮은 음은 첼로가, 높은 음은 바이올린이 거든다. 연주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피아노를 맡는다.
 
이 장르는 당시 중산층의 여가를 위해 작곡했다. 집 안에서 친구나 친족끼리 모여서 기분 전환할 겸 연주한다. 대체로 분위기가 밝다. 연주하기 쉽게 곡을 만들었다.
 
베토벤은 해당 장르의 목적을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해 세 곡을 만들었다. 모두 4악장 형식이다. 1번과 2번은 기존 규칙을 지키며 3악장에 스케르초로 양념을 더했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거칠 것이 없었다. 곡은 신선하고 따스하며 당당하다.
 
문제는 3번이었다. C 단조로 불안하게 시작한다. 파격이었다. 그의 스승이었던 하이든은 3번을 지적했다. C 단조만은 출판하지 말라고 했다. 정확히 어떻게 평했는지 알려지진 않았다. 아마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냐는 투였으리라. 장르 규칙을 벗어났으니 괴상하게 보였으리라. 집 안에서 오붓하게 연주하려는 곡에 심각한 분위기를 조성해 놓았으니.

나는 1번이 좋다. 쾌활한 분위기에 안정적인 흐름이 마음에 든다. 2악장의 부드럽고 세련된 선율이 사랑스럽다. 애수 어린 흥얼거림이 아침햇살처럼 반짝거린다. 4악장은 귀에 속속 들어온다. 케이비에스 클래식 에프엠의 시작 신호음으로 나왔다. 재치있게 통통 튀는 모습이 귀엽다.

2번은 듣고 있으면 나른해진다. 봄날 햇살 아래 있는 기분이다. 1번의 신선함과 3번의 강렬함 때문인지, 2번의 느긋함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부드럽고 우아하다. 4악장은 소녀들의 조잘거리는 수다처럼 유쾌하다.

3번은 음산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계속 심각한 분위기로 흐르진 않는다. 후반부로 가면서 밝아진다. 의혹을 던지고 풀어내는 방식이다. 미스터리? 분명치 않은 상태로 곡을 끝낸다. 끝없는 의혹 속에서 어떻게든 확실한 무엇을 잡으려 하지만 결국 불안한 상태에 머문다. 이러니, 당연히 하이든이 싫어했지.
 
피아노 삼중주 3번이야말로 베토벤다운 곡이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평화롭다. Op. 1-3은 강렬한 베토벤의 시작이다. 창자를 쥐어짜는 듯한 통렬함으로 불안을 힘차게 돌파한다.

각 곡의 연주 시간은 30분 안팎이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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