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번호가 반드시 출판 연도 순은 아니다!
작품 4는 작품 103을 현악 오중주로 편곡한 것이다. 이상하다. 어떻게 작품 번호가 한참 뒤에 있는 게 편곡이 되어 거의 맨 앞에 붙을 수 있지?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악보를 펴낸 출판사의 실수였다.
베토벤은 이 관악 팔중주를 출판할 마음이 없었던 듯하다. 작품 1보다 1년 전인 1793년에 완성했는데, 1795년에 현악 오중주로 편곡한 후 다음 해에 작품 번호 4를 붙여 출판한다. 1830년에서야 작품 번호를 붙이지 않고 원곡을 출판했다. 그런데, 갑자기 1851년에 어느 출판사가 아무 생각 없이 이 관악 팔중주에 103번을 부여했다. 왜? 아무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됐다.
작품 103은 팔중주다. 오보에 둘, 클라리넷 둘, 호른 둘, 파곳 둘. 둘이 네 개, 이사팔, 하여 여덟 개다. 베토벤다운 심각함은 없으나 스케르초의 장난기는 선명하다. 미뉴에트 형식이라고 악보에 써놓고 실제로는 스케로초로 전개한다. 이는 이후에 작곡한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피아노 소나타 1번에서 3악장을 미뉴에트라고 해놓고는 스케르초풍으로 작곡해 놓았다. 그렇게 해 놓고 마음에 걸렸던지, 2번과 3번의 3악장은 스케르초로 표시하고 그렇게 만들었다.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특히, 4악장은 방귀 꾸는 것 같다. 이 곡의 목적은 귀족의 식탁 음악이란다. 진지 잡수시는데, 관악기로 뿡뿡거리다니. 밝고 명랑해서 아이들이랑 들어도 좋겠다. 물론, 밥 먹을 땐 빼고.
은근히 중독성 있는 곡이다. 재미있어 반복해서 계속 듣게 된다. 총 연주 시간은 약 22분이다.
작품 4번은 현악곡답게 세련된 느낌을 준다. 같은 곡이라도 악기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편곡의 힘이다. 현악오중주는 바이올린 2대, 비올라 2대, 첼로로 편성한다.
원곡 103번의 4악장에 트리오II와 피날레를 추가해서 연주시간이 늘어났다. 35분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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