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1, 2 & 3번 -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폴리니 (Maurizio Polli/DG |
폴리니는 쇼팽 연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다. 쇼팽은 누구 연주로 들어야 하냐는 물음에 폴리니는 언제나 으뜸으로 무조건 필수로 언급들한다. 그럼에도 아담 하라셰비츠의 연주에 워낙 만족해서인지 쇼팽의 경우 다른 연주자는 듣지 않는다. 반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연주자마다 차이가 나는 것을 몇 번 겪고 난 후, 손에 닿는 대로 모든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다.
베토벤 작품 번호 2번은 피아노 소나타 1, 2, 3번이다. 작곡가는 피아노를 잘 쳤다. 자신의 연주 역량을 뽐내기 위한 작곡이었다. 젊은 시절의 당당한 패기가 듬뿍 담겼다. 기본은 이미 완벽하게 완성했다는 자신감과 자신만의 독창성을 선보기 위한 야심의 결정체다. 일종의 자기 선언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3곡 모두 소나타 장르의 규칙을 충실히 지킨다. 모조리 4악장이다. 후에 나타나는 소나타가 3악장이나 2악장으로 나타나는 점을 생각하면 형식적 파격은 없는 셈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32번은 2악장이었다. 강렬한 악장 2개의 대비로 완성한 곡이다. 이 파격을 이해할 수 없었던 주변 사람들은 도대체 3악장은 왜 없냐고 물었다. 베토벤은 "시간이 부족해서 쓰지 못했어." 하고 대답했단다.
굴다의 연주 때문인지, 피아노 소나타 1, 2, 3번은 경쾌하고 빠른 느낌이 어울린다는 믿음이 강한 편이었다. 백건우의 느리고 장중하고 꼼꼼한 연주를 들었지만, 역시 이 곡은 굴다의 해석이 더 낫다. 그렇다면 폴리니는? 밝고 경쾌한 느낌을 살린다는 취지는 굴다와 같지만, 폴리니 특유의 섬세한 화려함은 굴다의 확장판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굴다가 성급하게 넘겼던 부분부분을 폴리니 덕분에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음이 아름답게 이어지다니. 놀랍다. 굴다가 겨울이라면 폴리니가 봄이다. 폴리니가 더 따스하다. 포근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 2, 3번을 사랑한다면 꼭 들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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