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주자에 대해서 이토록 증오와 사랑이 동시에 교차할 수 있다니. 정말 이럴 줄 몰랐다. 글렌 굴드의 바흐 연주만 들었다면, 그는 내게 단순히 피아노 연주자로 남았을 것이다. 허나 그의 모차르트 연주와 베토벤 연주를 들은 이후로는 나의 원수이자 귀염둥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글렌 굴드는 남의 평가 따윈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이 믿는 대로 예술 행위를 했다. 남들이 빠르니 멋지니 괴상하느니 천재니 아무리 떠들어도 그의 연주 스타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신나게 자기 멋대로 연주했다. 굴드가 콘서트를 거부한 것은 아마도 그런 잡소리가 귀찮았던 면도 있었으리라. 그렇다고 자기 연주에 감동한 사람들을 배척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연주에 대해 감동했다는 팬의 찬사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는 얘기가 전한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모차르트 연주에 대해선 정말 귀여워서 마구마구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다. 허나 베토벤 연주는 정말 아니다.
[수입] Mozart - The Complete Piano Sonata / Glenn Gould - 모차르트 (Mozart)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 연주/소니뮤직(SonyMusic) |
이 음반을 들으면, 이게 정말 모차르트의 곡인지 의심스럽다. 굴렌 굴드의 자기 색깔로 완전히 바꿔 버렸다. 글렌 굴드가 언제나 그랬듯, 모 아니면 도다. 그의 연주가 너무 좋거나 아주 싫거나. 그 중간은 없다. 나는? 아주 유쾌했다. 모차르트가 지금 살아 있다면 그의 연주를 듣고 포옹했으리라. "허, 이런 장난꾸러기를 봤나. 내가 작곡한 다른 음악도 연주해 보렴."
[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1집 [3CD] -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소니뮤직(SonyMusic) |
굴드가 베토벤을 싫어했다는 얘기가 나돌던데, 그럴 이유가 없다. 그렇게 싫어했다면 연주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글렌 굴드는 곡에 빠져서 치는 연주자다. 자기 몰입으로 치는 사람인데, 어떻게 싫어하는 곡에 몰입해서 친단 말인가. 그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치려면 곡을 완전히 정확히 확실히 외우고 있어야 한다. 하기 싫은 숙제처럼 했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굴드 스타일에 있다. 그는 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했던 사람이다. 베토벤의 감성을 살리는 데 별로였지만 베토벤의 기교를 살리는 데는 탁월했다.
이성의 끝에서 따뜻한 감성이 나온다. 기교의 절정에서 황홀한 감정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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