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소설을 쓰려고 이래저래 구상하는 중에, 이 '전업주부탐정'을 발견했습니다.

전통적인 수사물을 기대하는 분께 먼저 밝히자면, 이 드라마는 시체가 발견되고 수사하고 추리해서 범인을 잡아내는 수수께끼는 안 나옵니다. 실종자나 애완동물 찾아주고 불륜 현장 잡아내는 심부름 센터물이에요.

첫 장면부터 총이 나와서 여어 이거 대박이다 싶지만 이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됩니다. 예, 코미디 드라마예요. 여어, 드디어 불륜이다 싶으면 아닙니다요.

텔레비전 드라마의 전형적 소재인 부부생활, 직장생활, 불륜을 다룹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본어로 '파와하라'가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직장내 권력을 남용해서 성적 착취를 뜻하는 말로, 상사가 자기 부하를 성희롱하는 거죠.

우리의 주인공 전업주부는 남편을 지키기 위해 탐정이 됩니다. 전업주부를 드라마에서는 '셰도우 워커'라고 부릅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건 없고 남편과 자식만을 위해 사는 거죠.

그림자! 여기서 탐정과 주부의 공통점이 나옵니다. 현실에서 도드라지게 보이지 않아야 일을 잘하는 겁니다.  집안 일 아무리 해도 표가 나지 않죠. 그래야 잘한 겁니다. 뭔가 표가 나서 더럽다 어지럽다 지저분하다 화려하다 싶으면 일을 잘하는 게 아닙니다. 탐정이 추적을 잘 하려면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도록 해야 하죠. 외모나 행동이 튀면 탐정 일을 못해요. 사람들이 주인공을 못 알아 봅니다. 가발하고 화장하고 옷을 바꿔 입었긴 하지만, 설마 못 알아 볼까요.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약간 의심은 하더라고요. 은근히 웃기더군요.

주인공은 탐정 일을 하면서 차츰 자아를 찾는 모습을 보입니다. 캐릭터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이토록 정성스럽고 귀여운 여자가 아내라면 바람 피울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요. 어리고 예뻐서 주변에서는 데이트 신청이 이따릅니다. 약간 멍청해서 그렇지. 착하고요. 소심하고 기계치에 차 운전은 우회전을 못해요. 하지만 집안 일은 도사급으로 잘해요. 표정이 참 한결같죠. 만화 보는 듯한 유쾌함이 즐겁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소중하게 감싸주는 배려가 아름답습니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분명히 보이는 줄거리 전개가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 남편과 장인어른이 탁구 치면서 하는 대화를 들어보면, 기업 첩보 같은 게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비밀 혹은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이 탐정 사무소는 나름 전문성이 있습니다. 화장과 의상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아저씨, 목소리 연기가 훌륭하고 젊고 활달한 총각 소장님, 관찰력이 뛰어나고 의뢰인의 마음을 알아주는 우리의 주인공 주부, 이렇게 셋이서 사건을 해결합니다.

사무실에는 탐정의 3대 핵심 능력이 액자에 써 있습니다. 관찰력, 결단력, 행동력. 2회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우리 주인공은 우회전을 해냅니다. 3회에서는 미행 팁이 나옵니다. 외모만 바꿀 게 아니라 마음도 바꿔야 하고요.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발끝을 보며 걸어야 합니다.

각 회마다 사건 해결은 일상 수필 같습니다. 소소하지만 따사로운 느낌으로 마무리합니다. 1회는 외로운 아파트 관리인, 2회는 자꾸만 시험에 떨어져서 괴로운 수험생, 3회는 일에 지친 회사원.

작가는 뭔가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무엇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숨어서 전개되는 불륜과 음모라니.

만화가 원작이라네요.

국내 반응은 그다지 높진 않은 것 같더군요. 본격 추리 수사물이 아니라서 그런가. 코미디를 바라는 분이면 딱인 드라마입니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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