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뤼미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집 - 하스킬의 겸손함과 포옹력이 빚어내는, 단아한 아름다움
모차르트의 모차르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하스킬. 모차르트를 거의 안 듣는 내게 이 앨범은 절충안이었다. 베토벤은 들으니까. 이 앨범 구입해서 듣는 건 모험이었다. 하스킬만 믿고 무작정 잡았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두 연주자의 조합에 따라서 분위기가 무척 달라진다. 서로 나서면 날카롭게 들리고, 서로 나서지 않으면 밍밍하게 들린다. 후자는 소니에서 발매한 베토벤 전집 세트에서 경험했다. 당연히, 연주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서로 경쟁하듯 연주하는 건 예전에 들어 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멋졌다. 아쉽게도, 연주자를 기억하지 못한다.
자기 연주 실력을 뽐내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연주 실력을 좀처럼 뽐내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다. 이 앨범은 그런 두 사람의 합주다. 어색한 조합이려니 싶었는데, 들어보니 참 묘한 조화였다. 바이올린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는 건 그뤼미오의 실력임에 분명하다. 허나, 그 소리 뒤에서 묵묵히 단정하게 건반을 누르며 격려하는 하스킬이 있었기에 더욱 돋보였다.
그뤼미오와 하스킬은 아들과 어머니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얼쑤, 우리 아들 잘한다. 잘해." 하며 뒤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으려는 하스킬. "저, 정말 잘해요." 계속 앞으로 나오는 그뤼미오. 하스킬의 한없는 사랑에 가슴이 뭉클하다.
단아한 아름다움이 내 마음에 살포시 내린다.
[수입]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집 -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아르투르 그뤼미오 (Arthur G/Decca |
1956~7년에 비엔나에서 녹음했다.
[수입]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 (Digipack) -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아르투르 그뤼미오 (Arthur G/Brilliant Classics |
앞에 있는 데카의 음원을 라이선스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만든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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