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4번은 따스한 보드라움이 넘친다.
1악장은 따따따단으로 시작한다. 당차고 씩씩하다. 2악장은 깊고도 충만하다. 조용하고 깊게 울려서 공간감이 크다. 폭넓은 악상임에도 서글프다. 3악장은 음의 오르내림이 독특하다. 4악장은 사랑스러운 속삭임이다. 넌 귀여워. 너는 멋져. 너는 잘할 수 있어. 칭찬하고 격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피아노 소타나 1, 2, 3번에 비해 더 넓고 더 깊은 곡을 만들었다.
연주 시간은 30분 안팎이다.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는 차분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4번 1악장 시작은 피아니스트라면 뽐내고 싶은 부분인데, 점찮게 친다. 엄청 잘난 척하고 싶을 텐데, 덤덤하게 넘어간다. 대신에 그냥 지나칠 법한 부분에서 극도록 세밀하게 음을 펼친다.
왜 초창기 젊은 시절에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나이 마흔에서야 갑자기 극렬한 호응을 얻었는지 짐작이 갔다. 브렌델은 예술가의 멋이나 기술자의 기교가 아니라 학자로서의 통찰로 피아노를 연주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확 사로잡는 매력이 없지만, 여러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은 후라면 안식처럼 들릴 정도로 평온한 느낌이 들리라. 비둘기 날개처럼 내려앉는 음의 안정감이 세련된 피아노 소리로 솟아오른다. 특히, 이 4번에서 그렇다.
백건우는 곡의 서정을 깊고 풍부하게 살린다. 음에 여운을 남긴다. 그런 면에서 그의 피아노 터치는 베토벤 소타나 4번과 잘 어울린다.
빌헬름 켐프의 터치는 정확하다. 이 피아노 소나타 4번에서 켐프가 내는 피아노 소리는 차분한 햇살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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