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현악삼중주를 다섯 곡 남겼다. 작품 3은 디베르티멘토다. 기분 전환용이다. 작품 8은 세레나데다, 야외에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연주하는 음악이다. 실내에서 정식으로 연주하는 곡은 작품 9번에 있는 세 곡이다. 이후, 작곡가는 현악사중주에 열중한다.
시시한 건 이제 쓰지 않겠다는 얘기다. 작품 9번은 그 질과 양에서 예전 현악삼중주와의 현격한 차이가 있다. 더 깊게 들어가서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단지 들려주기 위한 곡과는 차원이 다르다.
1번. 1악장. 큰소리로 다같이 시작한 후, 하나씩 천천히 주고받으며 전개한다. 나는 베토벤이야, 하고 시작한다. 아지지오로 시작해서 알레그로 콘 브리오로 풀어낸다. 점점 빠르고 차츰 뭉친다. 흐릿하고 느렸던 음의 모습이 선명하고 빠르게 나타난다. 4악장. 프레스토. 이분의 이박자. 빠르고 경쾌하다. 넘치는 운동감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연주자는 팔이 아프겠지. 후반부에 여유를 주니까 팔이 떨어져 나갈 지경까진 가지 않으리라.
2번. 1번 4악장에 재미를 붙었는지, 2번은 빠른 리듬을 많이 넣었다. 1악장. 시원하다. 바이올린 소리가 솟구친다. 내려올 때는 부드럽고 우아하다. 강렬한 대비 효과다. 2악장. 베토벤 특유의 의문스러운 슬픔이 기나긴 그림자처럼 천천히 가로지른다. 톡톡대는 스타카토가 잠깐 반짝인다. 3악장. 자기 마음속 말을 조금씩 한다. 서정적이고 차분하다. 4악장. 론도. 해피엔딩. 밝다.
자, 문제의 3번이다. c 단조다. 작품 1-3번도 c 단조였다. 음산하게 시작하고 불안하게 전개하는 그 곡 말이다. 스승인 하이든한테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던 그 곡. 베토벤은 이제 하이든 제자도 아닌 마당이니, 다시 마음껏 단조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했다. 세 곡 중에서 가장 멋지다. 강하고 탄탄하다. 불안한 분위기지만 음은 흔들림이 없다. 1번과 2번의 경쾌함을 완성한다. 힘차고 단호하다. 베토벤의 개성이 마음껏 드러났다. 초기 걸작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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