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음반인데, 이제서야 들었다. 원전악기도 소년합창단도 안 쓰고 공연했다고 해서 안 들었던 모양이다. 선입견이 무섭다니까. 실제로 들어보니, 꼬장꼬장하게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별 문제 없었다. 오히려 더 나았다.

전문가들의 세련미로 정교하게 만든 마태수난곡이다. 기존 소년 합창단과 옛날 악기를 쓰는 기존과 차원이 다르다. 성인 합창단과 현대 악기를 쓰니까 확실히 음이 풍성하다. 확실히 다른 소리를 듣는다.

마음껏 뽐내서 웅장하리라는 예상과 달라 놀랐다. 성악, 기악, 합창 모두 자제력을 보여서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 몇 분 지나서야 익숙해지니, 이런 황홀경이 또 없다. 머리카락 하나, 먼지 하나 없는 대리석 위를 걷는 기분이다. 결점이 없다.

헬무트 릴링 / 바흐 콜레지움 슈투트가르트는 마태수난곡을 세련되게 다듬었다. 여기서 더 없다는 듯 극한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아주 정확하다. 실력자들의 여유로움과 풍성함이 음을 지독히도 매끄럽게 만들어냈다. 특히 합창단의 솜씨는 최강이다.

마태수난곡의 하이라이트 '에르바르메 디히'만 보더라도 확연히 다르다. 대개는 여기서 감정이 격하게 된다. 애통함에 눈물이 나게 한다. 감정을 과장하는 가수들과 나랑 비교하지 말라는 듯, 단츠가 부른 아리아는 숭고함으로 정제된 모습을 보인다.

필청 음반이다.

Posted by 빅보이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