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바흐 : 평균율 전곡 (1,2권) [4CD] - 10점
바흐 (Jean-Sebastien Bach) 작곡, 벨더 (Pieter-Jan Belder/Brilliant Classics

바흐 평균율을 들을 때는 선택에 직면한다. 피아노 연주냐, 하프시코드 연주냐. 장식음을 연주했는가, 안 했는가. 여기서 네 가지 조합이 나온다. 장식음 처리한 피아노 연주, 장식음 처리 안 한 피아노 연주, 장식음 처리한 하프시코드 연주, 장식음 처리 안 한 하프시코드 연주.

대체로 많이들 듣는 것은 장식음 없는 피아노 연주다. 피아노는 현을 망치로 때려서 소리를 내지만, 하프시코드는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낸다. 하프시코드는 느낌 상 기타에 더 가깝다. 피아노보다 음이 부드럽다. 대신 선명치 못하다.

피아노로 듣는 평균율은 바흐 시대의 쳄발로나 클라비코드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일 수밖에 없다. 하프시코드 느낌으로 피아노를 연주해 보려는 시도일 뿐이다. 흉내지 재현이 아니다. 그렇다고 클라비코드로 연주하면 듣기에 좋은가 하면 그렇지 못하다. 명쾌한 피아노 소리에 익숙한 우리한테는 이상하게 들린다. 이에 적절한 타협점이 하프시코드다. 하프시코드는 피아노에 비해 소리가 작고 짧고 잔향이 있다. 이 특징 때문에 장식음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때로는 장식음 처리가 곡 전체의 느낌을 좌우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이다. 바흐의 건반 음악에서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BWV 846번 C장조 전주곡의 경우, 마지막 두 마디의 음 처리가 연주자마다 다르다. 굴다는 34번째 마디에서 트릴을 연주하고 마지막 마디는 아르페지오로 처리했다. 하지만 투렉과 시프는 트릴을 연주하지 않았고 35번째 마디에서만 굴다처럼 아르페지오로 연주했다. 굴드는 트릴도 아르페지오도 연주하지 않았다. 아르페지오는 자연스러운 마무리로 들리나, 그 전 마디에 트릴을 넣으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피터-얀 벨더는 바흐 평균율의 장식음을 정확히 살린 하프시코드 연주다. 악기 조율이 훌륭해서 다른 하프시코드 연주에서 들리는, 음의 끝이 징징거리는, 지나친 잔향이 억제되어 있다. 적절히 조율된 울림으로 바흐 음악의 단정함과 바로크 음악의 화사함을 표현해냈다.

분위기가 밝다. 아름답기보다는 곱고 화려하기보다는 화사하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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