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만과 아쉬케나지가 연주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 '크로이처' & 5번 '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 세세함이 살아있는 연주
음악/베토벤 2009. 6. 28. 07:00[수입]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9 '크로이처' & 5번 '봄' [The Originals] -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Vladim/Decca |
베토벤은 바이올린 소나타를 10곡 작곡했다. 이 곡들은 그의 창작 기간에서 초기와 중기에 있다. 9번 크로이처가 최고 지점이다. 피아노와 대등한 바이올린, 혹은 평등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이라는 실험은 9번에서 완결했다. 더 할 게 뭐 있었으랴. 이미 최고를 만들었으니.
이 앨범은 펄만과 아쉬케나지가 연주한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중 표제가 붙은 2곡만 뽑았다. 10곡 다 들어 봐야 하겠지만, 다 들어 봤던 사람조차 결국 스프링 소나타와 크로이처 소나타만 반복해서 듣는다. 두 곡이 핵심이니까.
베토벤은 본래 비올라를 비롯한 현악기부터 연주했다. 허나 피아노보다는 실력이 별로였다. 그래서일까. 바이올린 소나타에서조차 피아노 기교가 눈부시다. 그러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으려고 할 때는 피아니스트를 유심히 살펴보기 마련이다. 그럼 누구를 골라야 할까?
너무 잘 치는 피아니스트는 피하는 게 좋다. 자기 개성을 뽐내려는 피아노 연주자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와 어울리지 않는다. 개성이 너무 확연한 연주자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피아노를 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바이올린 연주자와 잘 어울려야 하는데, 자기를 내세우기에만 열중하는 피아니스트는 애초에 실격이다.
아쉬케나지는 강한 개성을 내뿜는 연주자가 아니다. 허나 곡의 섬세한 부분과 중요한 부분을 정확히 살려 놓는다. 기교나 개성을 뽐내다가 곡의 핵심과 섬세함을 놓치는데, 이 피아니스트는 그러지 않았다. 세세함이 잘 살아 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두 연주자가 힘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펄만과 아쉬케나지는 친구 같은 분위기다. "그래그래, 맞아맞아." 하면서 적절할 때 나서는 아쉬케나지.
두 연주자의 부드러운 조화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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