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Beethoven, piano sonata No. 32 op. 111 — Sergey Kuznetsov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에 32번, 그보다는 작품 번호 111번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곡은 그의 최고작이다. 베피소 마니아는 111번을 목숨처럼 사랑한다.
대조적인 2개의 악장으로만 구성된, 외형상으로는 참 간단해 보이는 피아노 작품이다. 하지만 곡의 인상과 깊이는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32번 2악장을 듣기 전만 해도 베토벤을 바흐보다 별로라고 생각했다가 바로 이 32번 2악장을 듣고서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여전히 베토벤은 성깔있고 잘난 척하고 지나치게 진지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32번 2악장에 대해서는 바흐보다 높게 평가한다.
작곡가를 비교해서 순위를 매기는 게 웃기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내게 베토벤은 바흐보다 못한 작곡가였었다. 이 곡 2악장을 듣기 전까지는.
최고 경지를 경험했다. 여기서 더 뛰어난 피아노 소나타는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인류가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을 잠재우는, 이 기이한 걸작은 들을 때마다 놀랍다.
마치 천국의 계단을 에스컬레이트로 오르는 듯한 환상을 내게 주는, 이 이상하고도 몽환적이면서도 세련된 곡은 마치 영원 속에 머무는 인상을 준다. 듣고 있으면 절대로 이 곡이 끝날 거라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계속 영원히 그렇게 불멸의, 아름다움과 고상함으로만 지속될 것 같다.
Sergey Kuznetsov 의 연주가 놀라웠던 것은, 내게는 참 아쉽게도, 1악장이었다. 대개 힘이 넘치게 강렬하게 연주하는데, 이 피아니스트는 그러지 않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하게 베피소 32번 1악장을 연주한다.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매끄러우면서도 강렬한 터치가 그런 힘의 부족을 압도한다.
베피소 32번 1악장 최고 연주로 꼽고 싶다.
브라보!
'음악 > 베토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마르타 아르헤리치 기돈 크레머 (0) | 2015.12.30 |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자별 감상 - 체흘린, 니콜라예바, 아라우, 굴다, 굴드, 백건우, 프란츠, 시프, 브렌델, 켐프, 폴리니, 부흐빈더 (2) | 2015.08.04 |
Beethoven - Symphony No.6 'Pastoral' (Piano Transcription) / Glenn Gould (0) | 2011.10.30 |
엘렌 그리모의 베토벤 황제 연주 - 깔끔한 다림질 (0) | 2011.07.28 |
베토벤 Op.9 - 내면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다 (0) | 2011.07.24 |
베토벤 Op.8 - 행진곡풍 세레나데 (0) | 2011.07.23 |
베토벤 Op.7 - 따스한 보드라움 (0) | 2011.07.22 |
베토벤 Op.6 - 둘이 곁에서 다정하게 (0) | 2011.07.21 |
베토벤 Op.5 - 긴장된 상쾌함 (0) | 2011.07.20 |
베토벤 Op.4 - Op.103 관악팔중주를 현악오중주로 편곡 (0) | 2011.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