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처럼 바람처럼 - 10점
토리우미 히사유키 감독/플래닛 엔터테인먼트

제1회 일본 판타지 노벨 컨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답니다. 사카미 켄이치의 [후궁소설]이 원작이에요. DVD에 수록된 설명에는, 제 느낌으로도 그랬지만, 실제 중국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냥 가상으로 만든 나라입니다. 하지만 중국처럼 보이죠. 일본 특유의 그 무국적 배경인 셈이죠.

소설 제목처럼 후궁 이야기입니다. 후궁이 되려는 시골 소녀 은하(우리말 번역)가 주인공입니다. 말괄량이 캐릭터죠. 어디서 많이 봤다 싶을 겁니다. 친숙한 캐릭터죠. 명랑하고 긍정적인 소녀. 귀족 출신은 아니지만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 기품이나 예절은 없죠. 그럼에도 열정적인 이 인물의 매력은 이야기가 진행함에 따라 비둘기처럼 날아 오릅니다.

갈등 구조는 많이 보던 거죠. 이런 왕실 이야기에서 항상 나오는 거요. 임금이 갑자기 죽었다. 후계자는 둘이다. 첫째 부인의 아들과 둘째 부인의 아들. 둘째 부인의 아들은 아직 어리다. 하지만 둘째 부인이 권력을 쥐고 있다. 힘이 약한 첫째 부인 아들은 이 난국을 벗어나려고 한다. 이 갈등 구조에 우리의 주인공이 끼어 든 겁니다. 조정은 내부 갈등으로 어지럽고, 마침내 반란이 일어납니다.

인물은 깔끔합니다. 전형적이죠. 같은 방을 쓰게 되는 세 명이 재미있습니다. 귀족 출신이라면 뻐기는 소녀. 느긋한 성격의 소녀. 칼을 잘 쓰는 소녀. 여자 대학(우리말 번역)에서 이 후궁들과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겪는 과정이 재미입니다. 다들 짐작하는 대로 우리의 주인공이 왕비 1등 후보가 됩니다. 스포일러라고요. 아니죠. 누구나 예상할 수 있잖아요. 상상을 초월하는 극적 반전이라는 광고 문구와 달리, 상상하신 대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결말은 차분하고 단단한 마무리였습니다. 저라도 그 결말 외에는 딱히 없었을 것 같네요.

진정한 여왕은 뭐죠. 진정한 퍼스트 레이디는 어때야 하는 거죠. 국민들 세금으로 겉모습만 그럴싸하고 속은 시꺼먼 그 총리 마누라며 대통령 여편네들, 정말 싫죠. 여기 이 만화 영화에서 진짜 기품이 뭔지 보여 줍니다. 높은 지위에 맞는 외모보다 그에 맞는 행동이 중요한 겁니다. 사회적 권리만 주장할 게 아니라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죠. 진정한 국모는 권력 놀음에 정신을 팔 게 아니라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해야 하는 거죠. 정말 위급할 때 진정으로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하는 거죠. 현실에는 그런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더욱 이 은하라는 인물이 멋진 겁니다.

흔한 명랑 소녀 캐릭터지만 후궁/왕비로 설정하니까 새롭게 보이네요.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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