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 Vol.1-12 전편세트 (12Disc, 더블케이스) [알라딘 특가] - 10점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매니아 엔터테인먼트

"빨강 머리 앤"의 원제는 "초록 지붕집의 앤"이다. 무척 낯선 제목으로 보이는데, 이야기의 중심 무대가 자연에 둘러싸인 집이기 때문에 오히려 앤보다 더 중요하다. 단순히 명랑 소녀의 이야기 정도라면 비슷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을 지경이니까. 빨강 머리 앤만의 특징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자연 풍경 속에서 펼치는 앤의 긍정적이고 유쾌한 상상력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화려하고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앤이 매슈가 모는 마차를 타고 하얗게 핀 벚나무 길을 지나갈 때다. 앤 이야기의 가장 돋보이는 이미지다. 현실의 자연 공간이 그대로 환상적으로 보인다. 현실 자체는 그대로지만, 그 아름다움을 보는 자는 드물다.

고아 소녀에게 현실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결코 밝지 않다. 그 현실을 밝게 만드는 힘은 소녀의 상상력과 굳은 의지다.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로 시작해서 그의 시로 끝나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당신은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나 영혼과 불과 이슬로 만들어졌나니." 여기서 불은 앤의 붉은 머리와 삶의 열정을, 이슬은 앤의 순수한 마음을 뜻한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온하도다." 앤은 여러 고난을 겪지만 굳굳하게 초록 지붕집 가장이 된다.

단지 꿈과 상상력으로만 가득했던 소녀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존재(초록 지붕집과 마릴라)를 위해 희생하고 책임을 스스로 맡을 수 있는 숙녀가 되는 과정은, 평범하지만 변치 않는 진리의 따스함으로 관객의 마음에 남는다.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수수함과 환상을 잘 살렸다. 빨강 머리 앤의 장면을 지나치게 세련되게 그린 그림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작품 때문이리라.

주제가도 작품에 딱 맞는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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