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30 락 30 Rock 코미디 쇼를 코미디하다 

30 락은 생방송 코미디 쇼 프로그램을 다룬 시트콤입니다. 방송 세계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대본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티나 페이가 실제 방송 생활을 했고 하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수필처럼 솔직하게 풀어놓으면서 코미디 특유의 과장을 섞었습니다. 

주인공인 방송 작가는 이름이 리즈 레몬입니다. 레몬이 울퉁불퉁하죠. 미국에서는 이 단어를 불량품이라는 뜻으로 씁니다. 경제학 공부하신 분들은 역선택의 유형으로 레몬 마켓(중고차 시장 분석)에서 나오죠. 레몬은 매력 없는 여자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 주인공을 암시합니다. 여러 사람들한테 불려 다니죠. 우리나라 말로 말하면, 동네 북이에요. 사람들한테 이용만 당합니다. 시즌 1의 2화에 이 존재의 실존적 슬픔이 처절하게 나옵니다. 

미국 방송계에서 수석 작가는 출연자와 그 뒤에서 일하는 사람과 자기 위에 있는 상사의 비위를 모두 맞추어야 합니다. 대우는 거의 바닥이죠. 한국도 비슷합니다. 방송 작가는 노예처럼 일하고 거지처럼 대접받습니다. 잘 보면요, 이 수석 방송 작가가 없으면 방송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가 않아요. 모든 사람들을 협력시켜서 일이 되게 하기 때문이죠.

독신 직장 여성의 생활을 참 처절하게도 잘 그려냅니다. 혼자 살고, 혼자 먹고, 일 중독에, 데이트는 계속 죽을 씁니다. 실제 티나 페이는 그러지 않아요. 그러기에는 무척 예쁘고 무지 똑똑하죠. 작가이자 연기자이자 감독까지 하는데, 외롭게 지낼 리가 없어요. 섹시하면서도 똑똑하고 유머 감각이 있는 여자는 드물죠. 로또 복권 수준이죠.

티나는 웃기기 위해 스스로 망가질 줄 알면서도 독특한 품격을 잃지 않습니다. 시즌 1, 3화에 잘 나옵니다. 시즌 1, 9화. 이 에피소드는 영화 '베이비 마마'로 확장되었습니다. 아이를 갖고 싶은 미혼 직장 여성의 심리를 과장해서 다룹니다. 티나 페이가 예쁘게 나오긴 하지만, 그다지 공감할 수도 없었고 같이 출연한 배우들이 내 취향에 안 맞았어요. 보다가 말았죠. 실제 티나는 결혼했고 딸 한 명이 있다네요.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니까요. 

이 드라마에서 흥미로운 인물이 둘 있습니다. 도너기와 케네스입니다. 가장 위에 있는 사람과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이죠. 사장과 사환. 케네스는 가장 기괴한 인물입니다. 방송국 구경을 시켜주는 직원인데요. 시골에서 올라온 순진한 총각입니다. 텔레비전 방송을 무척 좋아해요.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예요. 목숨처럼 좋아해요. 그의 자존심은 제복에 있어요. 이 인물은 돈에 별 관심이 없어요. 야심이 없어 보이지만, 텔레비전 쇼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풍부합니다. 

사장은 이 사환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대단한 인물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역시 잘 보면, 이 사람이 없으면 방송국이 잘 돌아가지 않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온갖 잡일을 다 해주는 사람이거든요. 알랙 볼드윈이 연기하는 잭 도너기는 전형적이면서도 돋보이는 인물입니다. 대기업 임원의 모습을 과장해서 보여줍니다. 야심 넘치는 인물이지만 좀처럼 미워하기도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위에 있을 만큼 실력이 확실하죠. 직원들 잘 챙기죠. 속은 순진해요. 리즈 레몬과 사랑을 키울 법도 한데,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에서 벗어나진 않네요. 

자, 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쓴 티나 페이에 대해 좀 더 알아 보죠. 이 분은 실제 미국 엠피시 생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인 세러데이 나잇 라이브(SNL) 쇼의 대본 작가이자 직접 출연 중인 코미디언입니다. 최근에는 공화당 부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새라 페일린을 흉내냈더군요. 무척 비슷해서 헷갈릴 정도예요. 유투브에 검색 창에 추천 검색어로 두 사람 이름이 같이 뜹니다. tina fey sarah palin 이렇게요. 

미국에서는 코미디 극 대본을 스케치라고 해요. 우리나라의 콩트를 뜻합니다. 30 락은 그 코미디 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냈어요. 코미디를 코미디한 거죠. 세러데이 나잇 라이브를 금요일 걸리 쇼로 바꾼 겁니다. 자신의 품격과 시각을 넣어서요. 타나 페이, 정말 영리하죠. 

2008년 에미상을 휩쓸었고요. 허나, 미국에서 시청률이 썩 높진 않았었다고 하네요. 아마도 엠비시 사장님 지시로 계속 만들었던 듯해요. 최근 시청률이 무척 올랐다는군요. 티나 페이가 새라 페일린을 패러디해서 인기를 끌자 그 효과를 본 거죠. 게스트로 출연한 사람 때문이기도 해요. 시즌 3의 2화에서 오프라 윈프리가 나왔어요. 시즌 3의 3화에 제니퍼 애니스톤이 나왔어요. 애니스톤이 재미있는 미치광이 여자로 나왔네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그 모자 미치광이 캐릭터를 차용했어요. 살짝 미친 사람들이 있으면 재미있죠. 미친 정도가 지나치면 주변 사람들이 미치죠. 

무척 잘 만든 드라마예요. 인물, 사건, 대사가 처음에는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나중에는 모조리 연결하네요. 사소한 물건 하나, 흔한 말 한마디, 무심코 했던 생각을 모조리 모아서 이야기를 짰어요. 이름, 음의 유사성, 단어의 이중성으로 말장난을 하는 솜씨가 뛰어나네요. 영어는 하나의 단어가 여러 품사로 쓰이는데, 이 점도 잘 이용합니다. 장황한 수다처럼 들리지만, 무척 간결하게 말해요. 고유 명사를 많이 써요. 추상 명사는 거의 안 써요. 생략이 뛰어난 드라마예요. 

텔레비전 쇼와 코미디에 대한 애정이 이 드라마 떠받치는 두 기둥입니다. 이 드라마의 대본을 쓰는 티나의 힘이죠.

2010년 7월 현재 시즌 4까지 왔고 시즌 5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장수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아요.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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