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시즌1 리뷰 판타지 중세 전쟁사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소설 시리즈 '얼음과 불의 노래'를 바탕으로 HBO다운 색깔이 가미된 판타지 중세 역사물입니다. HBO는 피투성이 역사물에 나름 자부심과 화려한 제작 경력이 있습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롬이 대표적인 예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 이런 드라마를 보면 과연 텔레비전에서 저런 장면이 나와도 되는지 윤리심의위원회를 소집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면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가짜라는 걸 알고 보게 되니까요. 그래도 역겨운 장면이 있다면 건너뛰고 보시길 바랍니다. 몇 장면 때문에 전부를 포기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죠.

2011년 6월 20일 오늘자로 끝난 시즌 1은 원작의 1부에 해당하는 책 '왕좌의 게임'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따랐습니다. 나오는 대사들도 원작에 있는 것이 많습니다. 다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영상으로 직접 보여줘야 하는 드라마는 언어로 독자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소설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물은 제한된 시간과 예산에서 이야기를 풀면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는 장면을 제작해서 펼쳐야 합니다. 따라서 복잡한 것은 단순하게, 추상적인 것은 구체적으로 바꾸게 됩니다.

원작은 세부 묘사에 많은 정성을 들였습니다. 몇 장 넘기면 곧 죽을 사람의 과거며 외모에 복장과 성격까지 빠짐없이 쓰는 장인 정신은 800쪽이 넘는 책을 만들어냈죠.

이야기를 이해하는 경제적 측면에서 드라마가 소설보다 낫더군요. 소설은 각 인물의 시점에서 사건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사건이 겹쳐서 나타나고 사건과 사건 사이가 모호할 때가 있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다 보니 볼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이 단점이 제거되어 있습니다.

본격 판타지를 바란다면, 이 드라마는 좀 실망스러울 겁니다. 세븐 킹덤이라는 가상 세계를 뒤집어 썼을 뿐, 중세 유럽 전쟁사를 그리고 있으니까요. 역사물, 특히 전쟁사를 좋아한다면 열광의 도가니에서 사우나할 수 있는 이야기죠.

가상 지도며 여러 가문에 계보까지 과연 챙겨서 봐야 하냐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알아두면 좋긴 하죠.

시즌 1은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느낌만 전달하고 마무리합니다. 배경과 암시를 충분히 깔아놓고 본격적으로 전쟁 이야기를 진행하려는 것이죠. 기승전결에서 기를 본 겁니다. 이제 겨우 시작인 거죠.

이 드라마는 엄밀히 말해 주인공이 없습니다. 전쟁이 주인공이죠. 운명에 따라 가차없이 등장인물이 죽거나 불구가 되게 하는 작가의 잔혹함에 서운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야기를 끝까지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용 공주와 난쟁이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연기는 놀랍더군요. 원작 인물을 능가해 버린 연기랄까.

시즌 2를 기다리는 동안 소설책을 집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한글 번역본은 번역이 썩 좋지 못하지만 그럭저럭 읽을 만합니다. 3부까지는 그렇고요. 4부는 번역이 워낙 안 좋아서 출판사에서 자진 절판하고 새로 번역한답니다. 원서는 번역판보다 더 싸고 더 얇습니다. 문장이 간결해서 읽을 만합니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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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손잡이™ 2011.06.21 0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헛, 벌써 1부가 끝났나요 ㅎㅎ
    빠르네요. 예전에 얼불노 1부 (4권짜리 ㅎㅎ;) 읽는데 꽤 걸렸었는데 역시 드라마!
    이제 드라마 기다릴 일도 없으니 쭉 훑어봐야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