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사만다 후 Samantha Who 시즌 1 자신의 과거와 대화하라 

무척 단순한 상황이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데도 재미있는 이유는 뭘까?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가 예전 나쁜 자아에서 좋은 자아로 바뀌고자 노력한다. 고작 이 한 문장으로 이 드라마를 집약할 수 있다. 더는 없다. 그게 전부다. 그럼에도 그 제한 상황에서 많은 세부가 쏟아져 나온다.

시작부터 난리다. 차에 치여 정신을 잃기 전 일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 부모와 친구가 앞에 있지만 낯선 사람들이다. 하나하나 새롭게 다시 알아야 한다. 내 애인은 누구며, 내 친구는 누구고, 내 직업은 뭐였지? 그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나쁜 사람이었는지 깨닫고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

나는 누구였던가? 이 철학적 질문이 우스꽝스러운 일들로 하나하나 덧붙여 나아간다. 과거와 현재는 계속 대화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과거를 되새기는 일은 드물다. 잊혀진 건 기억해내기 어렵다. 일기나 앨범 사진이라도 봐야 희미하게 생각난다.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기억할 수 없는 과거도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다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과거와 완전히 결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드라마 주인공 사만다도 마찬가지다. 과거는 그림자처럼 떨어질 수 없다. 사람이 변할 수 있는가, 없는가. 이 논쟁적 질문이 드라마 내내 나온다. 대체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큰 계기가 있다면 변할지도 모른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역시 과거에 있다. 과거의 경험이 쌓아놓은 자아는 커다란 사건이 터져 자아에 충격을 주지 않는 이상, 계속 과거의 자아에 머문다. 그러니 변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자신한테 잘못한 사람을 잊지 않고 언젠가 복수하려는 사람이다. 그 어떤 사람한테도 원한을 갖지 않게 하는 게 처세의 기본이다. 원한은 무섭다. 복수의 대상자는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습 공격을 당한다. 우리가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만다는 주변에 원한을 많이 산 인물이다. 누구한테 친절하게 대한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기억 상실증이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과연 사만다가 사과를 했을까? 안 했으리라. 미스 뉼리는 이기적이고 똑똑하고 예쁘고 말도 잘한다.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사람이다. 게다가 절대 지지 않으려 한다. 이런 사람은 절대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이런 인물이 삶에서 성공을 거둔다. 허나,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짓밟고 얻은 돈과 명예다.

착하게 살자, 사만다는 그 화려한 성공에서 추락한다. 부동산 회사의 부사장 자리에서 쫓겨난다. 자신이 얼마나 흉직한 모습이었는지 깨닫는다. 이는 정신적 상승이다. 따스한 실패다. 자신의 과거와 진솔한 대화를 해서 얻은 축복이다.

참, 이 드라마가 왜 이리 웃긴지 얘기를 안 했다. 가장 좋은 상황에서 가장 나쁜 결과만 나올 때, 웃음이 나온다. 착한 사람이 되려는 사만다는 번번이 실패를 거듭한다. 인간적인 실수는 비인간적인 성공과 다르다. 성공은 절대 우리를 웃기지 못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끝없이 실패할 것이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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