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넷플릭스 영국 드라마 영드 블렛츨리 서클 The Bletchley Circle 시즌1 리뷰 여성 수사물

 

한국 넷플릭스에서 뭐 좀 볼까 싶어서 무작정 클릭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완전히 사로잡혔다.

영국다운 드라마라서 진행이 미드에 비하면 느리다. 하지만 영국 배우들의 참한 연기 덕분에 볼만 하다. 내면 연기라고까지 부르긴 뭣하지만 확실히 미국 배우들보다는 과장이 적은 편이다. 개성은 있는지만 그걸 대놓고 드러내는 식이 아니랄까. 어찌나 영국적인지. 차근차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드라마다.

전쟁 중에 암호 해독을 해냈던 여자 넷이 다시 모여서 연쇄 살인자를 찾아낸다는 설정이다. 제목에서 블렛츨리 Bletchley는 브렛츨리 파크 Bletchley Park를 뜻하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영국의 암호 해독 작전소가 있었던 곳이다. 드라마에서도 이 지명을 언급하고 있다.

요즘 컴퓨터 인터넷 시대라면 간단히 프로그램을 돌리면 그만이지만, 드라마에서 설정한 시대에는 그런 게 없으니까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고 컴퓨터의 능력을 사람이 대신한다.

주인공. 패턴을 찾아내는 사람.
행동대장. 행동. 무엇을 어떻게 할지 결단력이 강하다.
정보를 완벽하게 기억하는 사람. 저장. 정보 기억력이 완벽하다.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 입력. 정보 접근력이 뛰어나다.

이렇게 네 사람이 협력해서 차츰 범인의 행동범위를 좁혀간다.

1화에서 주인공이 화장대 거울 뒤에 온갖 정보를 붙여 놓은 장면(집에서 자기만의 공간이 얼마나 없는지 단적으로 보여줌.), 주인공이 남편한테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장면(자신이 자기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 어쩌면 사소한 듯 보이지만 참으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클래식 악기 배경음악이 상당히 뛰어나다. 분위기를 조성하며 잘 표현해냈다.

여기에 화면 촬영과 편집이 인상적이다. 점프컷으로 긴박감을, 느릿 줌인으로 강조점을 만든다. 편집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심심했을까 싶을 장면이었다.

페미니즘 어쩌고 해석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워낙 자꾸만 그렇게 본다니까 나도 계속 그렇게 보인다.

여성들은 성으로나 사회적 활동으로나 억압되고 참고, 남자들은 반대로 분출하고 억압한다. 지배 이데올로기 반영은 이야기에서 어쩔 수 없다 싶기도 하다.

이분법적으로 전형적으로 세팅되어 있다. 주인공한테 남편이 아내/어머니가 먼저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전형적이다. 상습적으로 아내 구타하는 남편까지 설정해 놓았다. 그러니까 집에서 얌전이나 애나 키우고 집안일이나 하라는 거다. 주변 남자들이 합창하듯 똑같은 소리를 여자들한테 한다.

멈짓거리면서도 계속 수사를 밀고 나아가는, 언니/누님들의 굳은 심지랄까. 별별 일을 다 겪는다. 능력은 능력일 뿐이다. 그 능력을 제대로 올바르게 쓰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선정성이 심하다. 아무래도 미치광이 연속 살인자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수사는 자리에 앉아서 정보를 분석하는 것과 직접 찾아가거나 행동에 나서는 일이 번갈아 진행된다.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오해하고 살인자와 대면하고 심지어 주인공이 총을 들고 범인과 맞서기도 한다.

시즌1이 고작 3화가 전부지만, 흥미롭게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전개한다.

3화 끝에 반전이 있다. 절정을 만들고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게 한, 이야기 솜씨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단지 퍼즐형 추리물이 아니라 행동하는 하드보일드형이 추가된 형태다.

시즌2가 기대된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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