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글을
쓰냐 쓰지 못하냐는
독서량, 관찰력, 통찰력에 좌우된다.

미드 미들에 나오는 독서광
브릭의 글을 살펴보자.

사랑이란? - 브릭 헥

셰익스피어가 말하길
사랑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다.)

전 아직 10살이라
사랑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주 접한
사랑에 대해 쓰기로 했습니다.
(정직하지 않으면 결코 이렇게 쓸 수 없다.)

그것은 엄마와 아빠의 사랑입니다.
불타오르는 정열적인 사랑은 아닙니다.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소재를 골라야 한다.)

더 이상 부모님이
프렌치키스를 안 한다고
누나가 그랬습니다.
(평소 남의 말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부모님이 서로를 위해
해주는 작은 것을 보았고
그것으로 사랑이 뭔지
알았습니다.
(진정으로 뛰어난 관찰력이 뭔지 아래 문장에서 나타난다.)

차에 있을 때는
엄마가 손을 뒤로 해서
아빠 목을 마사지 해줍니다.
 
추운 아침에
아빠가 엄마를 위해 차를 데워놓고
앞유리에 붙은 서리를 긁어냅니다.

그리고 특별한 언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답니다.

우리집은 부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도
부모님은 여전히 집에서 함께 하실 것 같습니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앞의 문장들로 설득력이 높다.)

물론 그 집은 거품목욕기가 있는
훨씬 더 좋은 집이겠지만요.
(사소한 사물이나 사실 하나를 덧붙여 웃길 수 있다.)

사람들에게 위대한 사랑에 대해 물으면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헤르미온느와 론 위즐리라고
대답할 겁니다.

물론 그것들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물으신다면
위대한 사랑은
사소할지도 모른다고 대답할 겁니다.
엄마아빠처럼요.
(이 정도면 산문시에 가깝다. 브릭은 평소 책을 반복해서 많이 읽어서, 문장과 문단의 효과적 배열과 리듬을 터득하고 있다. 각종 수사법을 암기할 뿐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사람은 해당 수사법을 언제 어디에 써야할지 모른다. 좋은 글을 많이 안 읽어 봤고 그렇게 써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서광인 브릭은 부모님의 사소한 습관과 거대한 주제인 사랑을 연결시킨다. 다들 보지만 정작 관찰하지 않은 것을, 다들 알고는 있지만 말하지 않은 것을 써냈다.

결정적으로, 그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애정으로 바라본 것과 우리가 진정으로 봐야 할 것을 말했다. 독서력, 관찰력, 통찰력이 있어야 이렇게 쓸 수 있다. 셋 중 하나만 없어도 좋은 글은 나오지 않는다. 그냥 글은 쓸 수 있겠지.

썼으되 글이 아닌 경우가 많다.
평소 책 안 읽는 액슬(브릭의 형)이 쓴 글을 보자.

내 인생을 바꾼 사건  - 액슬 헥

제 인생을 바꾼 사건은
그렇게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내가 알고 있던 나에게
의구심이 들던 순간이였죠.

그녀는 너무나 예뻤습니다.
그래서 데이트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어째서? 내가 잘생기지 않았나?

저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멋있다의 기준을 잘못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거울 앞에 서서 제 자신을 바라봤습니다.

거의 8시간 정도를요.
그리고 제 자신에게 물어봤죠.

나 멋있어, 안 멋있어?

거울에 반사된
제 모습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넌 액스맨이잖아.
당연히 멋있지.

그래서 그녀에게
다시 데이트 신청을 했고
그녀는 그러자고 했습니다.

끝.

이 글이 감동도 공감도 안 되는 이유는?

글 전부에서 오로지 나 나 나 나 나만을 외치고 있다. 브릭의 글을 보라. 거기에는 우리가 있다.

자신을 얘기해도 좋다. 다만, 솔직해야 하며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썼으되 글이 아니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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