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은 글렌 굴드가 연주하기 전에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곡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연주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1955년, 굴드가 연주하자 이 곡은 바흐의 인기곡으로 변신한다. '굴드베르크'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혁신적인 연주로 이 곡을 최상의 아름다움으로 올려 놓았다.

이제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연주했다.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종종 등장했다. 하지만 이 곡을 제대로 연주하거나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연주자들은 고작해서 이 곡의 겉만 살짝 만져 볼 뿐이다. 글렌 굴드만큼 깊이 들어간 사람은 드물다. 감상자들도 그렇다. 고작해야 아리아 한 곡을 듣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며, 전곡을 들었다고 해도 이 곡의 심연을 바라 본 자는 많지 않다.

이 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손과 손가락 움직임을 본 적이 있는가. 해설서(작곡가별 명곡해설 라이브러리 4 바흐, 세계음악, 336쪽)에 보면 "이 곡은 피아노로 연주가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나온다. 본래 이 곡은 피아노가 아닌 2단 손건반 쳄발로를 위한 곡이다. 게다가 두 손이 교차되게 쓴 곡이다. 이 곡을 연주하기란 만만치 않다.

하나의 주제곡을 30가지로 변주한다. 다양한 형식과 박자로 잇달아 변주곡이 나온 후에 다시 처음 주제곡을 반복한다. 끝에 반복이 중요하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다. 그 처음의 확장이다.

바흐는 이 곡에 연주자의 자유를 베풀었다. 제15 변주만 속도를 지정했다. 나머지는 연주자가 느낌에 따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글렌 굴드는 자신의 예술적 해석에 따라 그 속도를 조절했다. 이 곡의 핵심은 빠르기다. 굴드의 55년 녹음이 가장 빨랐다!

워낙 음반이 많다. 글렌 굴드를 들으면 다른 연주자의 음반은 잘 안 듣는다. 이것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고 여기기에. 심지어 왜 허밍과 발 구르는 소리가 안 들리냐고 불평할 정도에 이른다. 굴드 중독이다. 너무 굴드만 들었다.

이 곡이 다양한 변주를 하듯, 이 곡의 다양한 연주도 들어야 하리라. 특히, 빌헬름 켐프의 연주는 글렌 굴드의 스타일과 정반대에 있다는 점에서 꼭 들어 보길 바란다.

지금까지 들어 본 골트베르크 변주곡 음반에 대한 간략한 감상을 적는다.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 글렌 굴드 - 10점
바흐 (J. S. Bach)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 연주/소니뮤직(SonyMusic)
가장 처음 들었던 음반이다. 유명하다기에 호기심에 사서 들었다가, 글렌 굴드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은 그 후 다른 사람들의 연주를 들은 후에야 실감했다.
[수입] Live In Salzburg & Moscow : J.S Bach - Goldberg Variations / Glenn Gould - 10점
바흐 (J. S. Bach)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 연주/소니뮤직(SonyMusic
글렌 굴드의 몇 안 되는 라이브 앨범이다.
55년 녹음과 거의 같지만 감정이 더 드러나 보인다.

[수입] J.S Bach - Goldberg Variations Bwv 988 (1981version) / Glenn Gould - 10점
바흐 (J. S. Bach)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 연주/소니뮤직(SonyMusic)
처음에는 55년 녹음과 달리 느려진 속도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나중에는 이 연주가 편해서 55년보다 자주 들었다. 광기는 줄었지만, 완성미가 더 뛰어나다.

[수입] Bach's Goldberg Variations - 10점
Jacques Loussier Trio 연주/TELARC
멋진 재즈 연주로 가장 현대적 느낌이었다.
가볍고 자연스러우면서도 풍부하고 여유롭다.
[수입] J.S Bach - Goldberg Variations / Keith Jarrett - 10점
바흐 (J. S. Bach) 작곡, 키스 자렛 (Keith Jarrett) 연주/ECM
키스 자렛이지만  재즈로 연주한 게 아니다. 하프시코드 정격 연주다.
썩 훌륭한 연주라고 하기 어렵겠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현악3중주 / 라흐린, 이마이, 마이스키 - 10점
미샤 마이스키 (Mischa Maisky) 외 연주/유니버설(Universal)
현악기로 연주했다고 기대를 무척 많이 했는데, 실제는 보통이었다.
편안하고 조용한 느낌은 좋았다.

[수입] Johann Sebastian Bach - Variations Goldberg / Pierre Hantai - 10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Pierre Hantai 연주/MIRARE
외국 사이트에서 유명하다기에 들어 봤다. 멋졌다.
최근 한국에도 와서 연주했다.

기타 편곡을 해 낸 건만 해도 장하다.
처음에는 기타의 잡음이 거슬렸지만 요즘에는 풍성한 기타 음색이 마음에 든다.

글렌 굴드와 버금가는 실력가라면 빌헬름 켐프를 들 수 있다.
굴드와 정반대의 해석으로 이 곡의 서정성을 부각시켰다.
 
[수입] 바흐 : 골트베르크 변주곡 [2CD] - 10점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코롤료프 (Evgeni Koroli/Piano Classics
핸슬러의 음원을 라이선스해서 다시 제작한 것이다. 가격이 더 싸서 골랐다.
예프게니 코롤료프는 음의 진행이 명쾌하고 우아하며 명랑하다. 특히, 변주 18에서 고음의 찰랑거림은 매혹적이다.
1시간 24여 분으로 연주 시간이 긴 편이지만 느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필청 음반이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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