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Sviatoslav Richter In Concert - 리히테르 (Sviatoslav Richter) 연주/Brilliant Classics |
피아니스트를 판단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기교와 감성.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피아노에서 울리는 소리는 마법 주문처럼 들린다. 리히터는 기교와 감성을 완벽하게 갖춘 피아노 연주자다.
우리 귀에는 완벽하게 들림에도, 스스로 기록한 레코딩/연주회 평가를 보면 연주자 자신은 엄청나게 불만을 토로한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면에서 미켈란젤리보다 더 했다.
즉흥성을 즐겼다는 점이 미켈란젤리와 다르다. 그가 악보를 외우지 않았다는 점은 즉각적인 감성을 즐겼다는 증거다. 피아노도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피아노의 상태에 따라 자기 자신이 맞춘 셈이다. 아니, 피아노를 자신한테 굴복시켰을 수도.
기교, 감성, 즉흥성, 완벽함. 이 모든 것은 모아져 어마어마한 설득력을 얻는다. 곡의 해석이 무척 설득적이다. 들으면, 과연 이렇게 연주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완벽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음의 강약과 느낌을 조절하는 솜씨가 신의 경지다.
그는 스스로를 소심하고 게으르다고 했지만, 이 말을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연주 여행 도중에도 날마다 일곱 시간 연습했다고 전한다. 몇몇 영상 기록을 보면 그가 악보를 천천히 넘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직감적으로 어떻게 연주되어야 하는지 아는 것 같은 얼굴 표정을 짓는다. 천재라고 할밖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에 유독 3번이 콘서트 연주 작품으로 자주 나온다. 미켈란젤리도 이 곡을 공연장에서 자주 연주했다. 평범한 일반 청자 입장에서는 친숙하고 유명한 곡(월광, 비창, 열정)을 연주해 주었으면 하는데, 연구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연주하고 싶은 모양이다.
리히터의 피아노 연주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벅찬 감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도 들을 때마다 놀란다. 내가 정말 지금 피아노 소리를 듣는 거 맞나. 사람이 이렇게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피아노 예술의 극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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