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미켈란젤리가 연주하는 드뷔시 -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DG |
인터넷은 거대한 거미줄이다. 클릭클릭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새로운 기쁨이 나타난다. 오늘은 드뷔시를 연주한 미켈란젤리를 만났다. 왜 자꾸만 미켈란젤로가 생각날까. 미켈란젤리? 생소한 이름이다. 이 피아니스트도 그렇고 그가 연주한 드뷔시도 그렇다. 블로그마다 이 피아니스트에 대한 찬사가 드높았다. 모두들 난리도 아니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난리들이지? 들어봤다. 카푸치노를 처음 맛봤을 때처럼 놀랐다. 엄청 달아서 그랬다는 건 아니다.
낯선 곡이지만 익숙하게 들렸다. 음이 매끄럽게 귀로 들어간다. 폴리니가 그의 제자였다고 하니, 과연 그 명료한 피아노 터치는 스승에게서 배운 것이리라. 스승의 최극강 명료함은 그의 제자도 따라할 수 없었다. 왜 미켈란젤리를 천재라고 부르는가. 그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극단적인 완벽주의 예술가였다.
피아노 소리가 신비롭다. 이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기 전엔 그런 적이 없었다. 그래, 나도 그 많은 블로거들처럼 찬양가를 쓰고 있군그래. 드뷔시의 인상주의와 미켈란젤로, 아니 미켈란젤리의 연주가 서로 잘 어울린다. 아, 또 갑자기 젤리가 먹고 싶다. 어디까지 했더라. 젤리, 아니 미켈란젤리는 음을 극단적으로 맑고 선명하게 조각해낸다. 완벽하다. 듣는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한다. 최고다. 더는 없다. 여기가 끝이다.
드뷔시의 인상파 음악은 순간의 인상을 묘사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시적인 순간이 있다. 산책을 하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까치가 대각선을 그리며 날아 오른다. 산 정산에 올라 기지개를 켜는 그 순간, 차가운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살짝 스친다. 밤새 첫눈이 내렸는데, 아침 일찍 출근하다가 눈 쌓인 길 위에 첫 발자국을 찍는다.
시적인 순간이 극도로 명료한 음에서 태어난다. 미켈란젤리의 손에서 신비로움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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