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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그리모는 조용히 노래한다. 차분한 명상으로 고운 감정의 평행 물결을 만든다. 처음에는 심심하지만 듣고 있으면 그 광적인 평온함에 중독된다.
희한하다. 분명 피아노 연주다. 왜 자꾸만 연주자의 목소리로 들릴까. 기도문을 암송하는 것 같다.
아르보 페르트의 '크레도'에서 엘렌 그리모는 불안한 주변 음 속에서 바하의 평균율 1권 1곡 전주곡을 연주하여 홀로 신처럼 질서정연한 소리를 낸다. 피아노 음이 혼란스런 우주에서 평화로운 중심에 선다.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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