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덱스터 Dexter 나를 생각하는 나
덱스터는 안 보려 했다. 연쇄 살인자가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에 거부감부터 들었다. 도대체 말이 되냐, 살인자가 살인자를 잡다니. 막상 드라마 보고 있자니, 맞는 말이었다. 살인자의 생각과 심리, 행동 방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실제로 살인을 행하는 자다. 주인공 덱스터는 법 의학 조사팀에서 탁월한 솜씨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살인 본능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으니.이야기는 시작부터 당혹스럽다. 피가 한 방울도 보이지 않는 사체가 등장한다. 이는 혈흔 분석가인 주인공한테 백지다. 피가 뿌려진 방향을 보고 살인에 썼던 무기와 방법을 알아내는데, 피가 없으니 알 수 있는 게 없다. 텍스터는 환상적 상황에 매혹된다.
계속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서에서는 범인을 추적한다. 덱스터는 이런 사이사이에 자신의 살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윤리적(?) 살인'을 한다. 죽어 마땅한 쓰레기만 처리한다. 누가 생각해도 나쁜 놈인데 법의 망을 피해 잘 먹고 잘 산다. 착한(?) 주인공은 그런 똥을 발견하면 재빨리 치운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고독한 자의 내면 고백이다. 덱스터를 보는 이유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는 혼자 중얼거리며 타인과 감정 교류를 할 수 없는 자신을 직시한다. 감정이 없는데도 사회적으로 잘 지내기 위해 억지로 웃고 울어야만 하니, 주인공은 괴롭다. 우리들이 타인과 하는 흔한 감정 경험조차 그에게는 기적이다.
텍스터, 그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욕망을 반사해 보여준다.
본능에 따라 아무렇게나 행하는 것과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사람도 동물처럼 욕구가 있다. 욕망을 푸는 수단이 가장 폭력적인 살인이라 할지라도 그 목적이 정당하다면 다르게 느껴진다. 사람 내면에는 이를 느낄 수 있는 '도덕적 장치'가 있다. 흔히들 양심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왜 동물과 다른가.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텍스터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의 중심에 '자아'라는 복잡미묘한 미스터리가 자리잡고 있다.
'나를 생각하는 나'는 사람만의 특이한 현상이다. 반성적 자아는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어 '자아'를 형성하며 사람다운 삶을 살게 한다. 본성적 자아는 지속성을 지닌다. 반면 욕구는 잠시 자아의 빈 그릇를 채웠다 사라진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자. 그런 욕구에 사로잡힌 나를 '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그 사랑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면 여전히 그 나는 '나'인가?
욕구의 지속을 자아로 착각하기 쉬운데, 욕구는 '자아'가 아니다. 욕구가 사라져도 자아는 남아 있다. 시즌 5에서 루멘은 복수를 갈망하며 이에 따라 생각하고 행하고 느낀다. 하지만 갈망했던 욕구가 사라지자 다시 본래 자아로 되돌아간다. 반면 덱스터는 여전히 타오르는 욕구에 집착한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듯, '나를 생각하는 나'는 '자아'가 아니라 '욕구'에 매달린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규칙에 덱스터가 집착하는 것은 텅 빈 내면을 '아버지의 자아'로 채우기 위해서다. 살인 욕구를 해결하기 바쁜 내내 아버지의 환상이 나타나는 것은 그래서다. 주인공은 자아가 없으니 남의 것으로 대신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을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 존재케 하는 것은 '자아'다. '욕망'이 아니다. 속지 마라.
시즌 1 : 주인공이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렸다. 연쇄 살인범이 자꾸만 주인공의 과거를 하나씩 밝히도록 유도한다. 덱스터는 그동안 몰랐던. 혹은 모르고자 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왜 자신이 지금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자신을 더욱 뚜렷하게 알게 된다.
시즌 2 : 주인공이 바닷속에 숨겨 놓았던 시체들이 발견되면서 FBI의 수사가 전개된다. 텍스터는 점점 궁지에 몰리지만, 상황 끝에서 급반전한다.
시즌 3 : 자신의 욕망을 이해해주는 친구를 만난다. 하지만 이 자가 사적 감정으로 살인하자, 결별한다.
시즌 4 : 겉보기에는 평범한 아버지며 선량한 사람인 연쇄 살인자와 대결한다.
시즌 5 : 덱스터가 희생자와 함께 복수를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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