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3번은 베토벤의 첫 현악 삼중주다. 그는 현악 삼중주를 다섯 곡 만들었다. 작품 3번과 8번에 한 곡씩 있고 9번에 세 곡이 있다.

이 곡은 현재 우리한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지만, 발표 당시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소니비엠지 베토벤 마스터피스 60 시디 에디션의 해설서 46쪽을 보면, 영국 사람 가드너가 "이 곡은 내가 지금껏 들어본 것과 완전히 달랐다.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 음의 과학이다."  하며 격찬했다고 나온다. 신문 기사라서 지금까지 전하는 모양이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이 곡을 연주했다고. 1796년에 비엔나에서 악보를 출판하기 시작해서 전유럽에서 다시 출판하기에 이른다.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베토벤은 기존 음악을 혁신했다. 악기 편성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해서 곡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기존 편성은 바이올린 두 대와 첼로 한 대다. 총 6악장에 메뉴에트 형식을 두 번이나 넣었다. 연주 시간이 약 39분이다. 양과 질에서 탁월했으니,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겠지. 더구나 독특한 구성까지. 알레그로 콘 브리오, 안단테, 미뉴에트 알레그레토, 아다지오, 미뉴에트 모데라토, 피날레 알레그로. 잘 짰다. 구성력이야 이미 작품 2번 피아노 소나타 1, 2, 3번에서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불안한 시작은 이전에 발표한 피아노 삼중주 3번에서 이미 보였다. 장르를 현악 삼중주로 바꾸면서 그 정도를 누그러뜨렸다. 아무래도 스승이었던 하이든한테서 출판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베토벤이 누군가.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다. 곡의 혁신은 계속된다.

다음이 궁금하게 음을 전개시키는 솜씨가 빼어나다. 당시 연주하던 사람들은 무척 재미있었으리라. 이런 곡은 처음이야. 야, 신기해. 이런 분위기였으리라. 기분 전환을 위한 디베르티멘토 곡에 이런 시작이라니. 베토벤은 젊은 시절 은근히 장난꾸러기였다.

심각한 출발과 달리 2악장부터는 한없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내가 언제 그렇게 심각했냐는 듯, 시치미 뚝 떼고 포근한 분위기다. 3악장, 4악장, 5악장, 6악장, 갈수록 푸근해진다. 이내, 졸린다. 1악장 떼고 2, 3, 4, 5, 6악장만 들으면 자장가다. 따스하다. 특히, 5악장 후반부 바이올린의 선율이 아름답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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