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Johann Sebastian Bach - The Well Tempered Clavier I / Glenn Gould - 10점
바흐 (J. S. Bach)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 연주/소니뮤직(SonyMusic)

 

[수입] J.S Bach - The Well Tempered Clavier II / Glenn Gould - 10점
바흐 (J. S. Bach)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 연주/소니뮤직(SonyMusic)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전부 2권 48곡으로, 전주곡과 푸가의 짝이 한 곡이고 그런 식으로 48곡이 이어집니다. 교육용으로 작곡한 거랍니다. 그래도 바흐가 쓴 겁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죠. 구조와 계산이 정확하게 맞물린 정교한 세공품입니다. 참으로 아름답죠.

연습곡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엄격한 형식 속에서 계단 오르듯 천천히 정확하게 꾹꾹 눌러 치거나 들어야 하죠. 전반적으로 차례차례 듣기에는 끌려다닌다는 느낌도 있어서, 좋아하는 곡만 골라서 반복해서 듣는 편입니다.

1권 전주곡 1번 C장조, 이걸 가장 많이 듣습니다. 이 곡이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 나오는 건 아시는지요? 거기서 흑인 소년(아니, 애 아빠지.)이 피아노를 치잖아요. 치면서 황홀경에 빠집니다. 그 소년(애 아빠래두!)의 연주는 부드럽고 매끄럽습니다. 낭만적으로 치는 분위기랄까. 다른 사람들이 치는 곡도 들어 보면 비슷해요. 매끄럽게 음을 이어가죠.

그런데 글렌 굴드는 이 곡을 딱딱 끊어 칩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참 방황했습니다. 처음 굴드로 들었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겠지만 이미 다르게 들었던 터라 충격이 있었습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굴드가 처음이라서 그냥 들었지만 이번엔 제대로 한 방 먹었습니다.

굴드는 평온한 곡을 날카로운 곡으로 연주했습니다. 긴장해, 긴장해. 이런 식으로 말하듯 건반을 눌러댄 거죠. 처음엔 밉더라고요. 왜 이렇게 친 거야. 이 인간이 정말 환장했나. 뭐 잘못 먹었냐. 왜 그래?

음 하나하나를 살리면서 굴드가 추구하고자 했던 걸 뭘까? 이게 첫째 의문이었습니다. 이런 연주의 느낌은 단지 날카롭다는 거밖에 없을까? 이게 둘째 의문이었죠.

그의 허밍을 따라 들어 봤습니다. 날카로운 게 아니라 가벼운 거구나! 감을 잡았습니다. 사푼사푼. 그거구나! 굴드 중독이 시작된 거죠. 이 곡은 이렇게 연주하는 게 완벽하다는 굴드의 속삭임. 저 마법의 주문 같은 허밍 소리.

천국의 계단. 아름다움, 그 너머로 향하는 음. 저도 압니다, 굴드 중독 증세가 심하다는 걸.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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