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데이의 Smooth Operator를 처음 들었을 때, 난 남자 가수가 가성으로 여자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했다. 다들 웃겠지만, 난 정말 진심으로 샤데이를 남자 가수로 굳게 믿었다. 가수의 목소리가 무척 독특했다. 그래서, 그런 목소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나오지 않을 거라 추측하고 가성이라고 여겼다. 라디오로 음악만 들었다. 가수를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TV에서 이 사람을 봤다. 앗! 여자다. 난 순간 돌이 되었다. 예쁜 여자가 그 독특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 중학생 때 얘기다. 1987~1989년.

내가 팝 음악을 즐겨 들었던 건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였다. 초등학교 다니는 내내 저금한 돈으로 빨간 라디오 카세트 레코더를 샀다. 옆에 보이는 사진이 바로 그 물건이다. 아직도 이걸 버리지 않고 갖고 있다. 삼성 FM/AM 스테레오 라디오 카세트 레코더 MY-F13. 그때는 마이마이라는 작은 카세트가 유명했다. 기억들 나는지. 그땐 이게 최신형이었다. 제조년도가 1986년이다. 스피커를 떼어낼 수 있는, 특이한 모델!

중학생이 되면서, 나는 일종의 독립을 했다. 내 방에 혼자 있게 된 것이다. 비록 집 안에서 가장 추운 방이었지만. 그때 새로 산 물건이 두 가지인데, 알람 시계와 바로 이 카세트 라디오였다. FM 라디오를 켰을 때, 그 당시 들었던 게 팝 음악을 틀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당시 들었던 음악들은 그대로 흡수되었다.

팝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음악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전까지 들은 건 고작 해야 국내 유행 가요와 동요가 전부였으니. 또한, 현실과 단절되었을 때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도 그때 알았던 듯하다. FM 라디오만 켜면 오직 그 음악의 세계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청소년 시기에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다는 건, 이제 와서야 느낀다. 이젠 아무리 FM 라디오를 들어도 그때만큼 몰입하지 못한다. 허기야 요즈음 라디오 프로그램은 옛날에 비해 너무 말들이 많다. 음악 프로그램에 음악 반이고 잡담이 반이다. 요즈음 난 라디오를 듣지 않는다.

그 많은 80년대 팝 음악들 중에서 가장 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샤데이다. 지금 들어도, 여전히 새롭게 들린다. 샤데이는 내게 특정 시대를 기억시키지 않는다. 추억의 음악이 아니다. 샤데이는 독특한 느낌의 음악이다. 독창적인 세계가 있다는 걸 샤데이를 들을 때마다 느낀다. 한결 같으면서 들을 때마다 신선하다.

1984년에 나온 그룹 샤데이의 첫 앨범 [Diamond Life]는 후속 앨범들보다 자주 듣는다. 후속 앨범들이 워낙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샤데이를 가장 대표하는 느낌은 언제나 첫 앨범에 있는 것 같다.

가장 유명한 곡, Smooth Operator는 도시적인 세련된 느낌으로, 나는 여전히 진실을 부정하며, 이 곡은 가성으로 부르는 남자 가수의 노래라고 생각한다. DVD로 라이브 공연에서 Sade Adu가 이 노래의 전주 부분에서 매력적인 춤을 추는 모습을 봤어도. 워낙에 이 곡의 느낌이 내 머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보컬 다음에 곡의 분위기를 이끄는 건, 색소폰이다. 이 악기는 보컬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보컬과 대화를 하듯, 전반과 후렴에서 꼭 같이 나아간다. 보컬과 더불어 곡의 진행을 이끈다. SMOOTH OPERATOR과 YOUR LOVE IS KING을 들어 보라.

작성일 : 2002년 1월 2일

그 빨간 카세트는 서울에서 청주로 이사하면서 버린 모양이다. 지금 내 곁에 없다. 집 안 어디에 처박아두고 못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엔 카세트 테이프 자체를 안 듣는다.

샤데이의 음악은 세월을 초월한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분위기가 있어 시공간을 벗어난 무언가가 서려 있다.

추가 작성일 : 2011년 9월 17일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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