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작품집 3집 / 미궁 - 황병기 연주/씨앤엘뮤직 (C&L) |
그 누군들 상상이나 해 보았겠는가, 한국의 전통 악기 가야금으로 현대음악을 소화해내는 일을.
황병기는 <미궁>에서 가야금을 기존과는 전혀 다르게 연주해서 현대인의 고뇌, 정신분열, 절규, 슬픔, 절망 등을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이 곡은 가야금에 대한 고정관념을 박살낸다.
파격적인 현대 전위 무용가 홍신자의 목소리는 이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묘하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 가야금은 그 목소리에 더욱더 기이하고 독특한 효과음을 더해 정말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기괴한 음음소리, 점점 울음소리가 되고,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소리로 변한다. 처음에는 또박또박 말하다가, 이내 중얼거리고, 마침내 웅얼거리다 고함을 지른다. 곡의 마지막은 현대인의 고뇌를 위로하는 듯 반야심경의 주문을 조용히 읊조리며 끝난다.
<미궁>은 국내 유명 게임 제작사 손노리에서 2001년에 만든 호러 어드벤처 게임 '화이트 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에 삽입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 곡을 세 번 들으면 죽는다는 소문이 퍼졌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귀신 이야기가 유행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 곡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다시 또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화 옆에서>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가곡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김경배가 시를 질퍽하게 창으로 부르고, 국화향처럼 퍼지는 분위기는 대금이 맡고 있으며, 거문고가 주음을 연주하며, 장구가 거문고와 장단을 맞춘다.
<산운>은 거문고와 대금이 나오는 곡이다. 본래는 가야금과 대금을 위한 2중주곡인데, 거문고로 다시 쓴 작품이다. 송강 정철의 가사 <성산별곡>에 나오는 산의 운치를 표현했다고 한다. 대금 소리는 안개처럼 곡의 전반을 지배한다. 신령스러운 기운을 내뿜는다. 거문고는 가야금보다는 더 무거운 소리를 낸다. 거문고와 대금이 어울려서 산과 산을 둘러싼 신성한 기운을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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