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작품집 2집 / 비단길 - 10점
황병기 연주/씨앤엘뮤직 (C&L)

1집은 주로 자연의 모방, 곧 숲의 소리를 그대로 표현하는 데 치중했다. 2집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몰두한다. <비단길>, <아이보개>, <전설>, <영목> 등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곡의 주제는 자연의 소리를 모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시간의 흐름, 장소의 이동, 이야기로 나아간다.

<비단길> 작곡자는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페르시아 유리 그릇의 신비로운 빛에서 착상했다고 한다. 황병기의 환상에 대한 몰입은 이미 1집의 <가라도>와 <침향무>에 보인다. 비단길은 그 곡들의 연장선이며 환상의 정점에 이른 곡이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길을 가볍게 날 듯 걷는 듯이 낙타를 타고 위아래로 흔들리며 사막을 가로지르듯이 소리가 흐른다.

<아이보개> 그의 환상은 이제 어린이의 마음으로 들어간다. 가볍고 짧게 귀엽게 연주한다. 음들은 순진한 장난꾸러기 어린이들이 밖으로 나가 신나게 노는 모습이다. 놀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쉽고 힘들기 때문인지 마지막 장의 곡은 느리고 차분하다. 각 장의 제목은 연날리기, 행진, 제기차기, 귀가다.

<전설> 천천히 조용히 울리는 서곡은 옛 이야기를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처럼 신비로운 친근감을 유지한다. 흥분하지 않으며 느리게 흐른다. 서곡을 이어 계속 친근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하지만 좀 더 활발해진다. 더욱 그러더다가 흥겹게 바뀌고 마지막에는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영목> 신령스러운 나무를 뜻하는 제목 영목(靈木)처럼 시작부터 독특한 가야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유령의 집에 들을 갈 때의 느낌처럼 음이 날카롭다. 중반에 이르면 그 날카로움은 사라진다. 신성한 나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음은 자연스레 평탄하게 나아간다. 이내 이야기는 재잘거림으로 바뀌는 듯 경쾌하고 빠른 음이 연속해서 나온다. 차츰 줄어들더니 갑작스레 끝나버린다.

2집은 1집의 기교에 탄탄한 구성을 더했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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