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발레를 보게 된 사연은 이렇다. 카랴얀 60 전집 앨범을 듣다보니, 4번 시디가 생소한 발레음악이다. 음악만 들어서는 영 무슨 내용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했다. 발레 자체를 통째로 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드디어 봤다.
'레 실피드'를 인터넷에서 잠깐 보고서 발레는 내 취향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는데, '코펠리아'는 의외로 재미있었다. 하여, 코펠리아는 내가 처음으로 끝까지 본 발레가 되었다. 어찌나 뿌듯한지. 기특하다. 안 졸고 다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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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DVD 영상물은 1990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극장 공연이다. 발레에 전혀 취미가 없었던 나조차 다시 보고 싶을 만큼 훌륭했다.
코펠리아는 1870년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처음 공연하여 대성공을 거두었고, 낭만주의 시대 최후의 걸작으로 불리며, 오늘날 여전히 공연하는 고전이다.
프랑스 작곡가 레오 들리브의 코펠리아는 밝고 가볍고 우아한 분위기에 부드럽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이런 배경 음악에서 펼쳐지는 춤은 몽상적인 동화 세계다.
내 귀에 가장 쏙쏙 들어오는 곡은 '차르다스'다. 위 동영상을 보라.
이야기는 청춘 연애 코믹 극이다. 총 3막.
1막 : 청년 프란츠는 코펠리우스 박사의 집 난간에서 책을 읽고 있는 요조숙녀 코펠리아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서로 먼저 작업을 걸려고 안달이 난다. 이를 본 프란츠의 약혼녀 스와닐다는 질투가 나서 코펠리아를 직접 만나고자 친구들과 함께 박사의 집으로 몰래 들어간다.
경쾌한 음악에 맞춘 집단 춤이 볼거리다.
2막 : 스와닐다가 코펠리아를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이 아니었다. 인형이었다. 갑작스레 코펠리우스 박사가 나타나 자기 집에 침입한 소녀들을 내쫓는다. 당황한 스와닐다는 코펠리아가 있던 곳으로 숨는다. 이때 프란츠가 창을 통해 들어온다. 박사는 그에게 술을 먹여 잠들게 한 후 거대한 바퀴에 묶는다. 박사가 코펠리아를 가두어 놓은 문을 열자, 스와닐다가 코펠리아의 옷을 입고 기계 인형인 양 움직인다. 박사는 자신이 만든 인형이 진짜 사람이 된 줄로 착각하고 기뻐한다. 프란츠와 스와닐다는 박사와 다투고서 탈출한다.
기계 인형처럼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재치있는 연기가 재미있다. 스와닐다가 코펠리아인 척 하는데, 엄청 웃긴다.
3막 : 둘이 결혼한다.
춤 기예의 최고조를 보여준다. 1인 춤의 화려함으로 끝을 장식한다. 특히, 두 남녀 주인공의 춤이 놀랍다. 턴을 얼마나 많이 도는지, 보는 내가 정신이 없었다. 사람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니.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리사 파반(Lisa Pavane)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완벽한 춤이 멋지다.
어린이랑 같이 보기 좋은 발레다. 시간 없고 애가 졸려고 한다면 2막만 보여줘라. 까르르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리라. ■ 2011.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