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Beethoven: Piano Sonatas Nos. 24 & 29 "Hammerklavier" / Glenn Gould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소니뮤직(SonyMusic)

즐겨 듣는 곡을 굴드로 들으면 충격을 받는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서 경험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4번 테레제와 29번 하머클라비어. 즐겨 듣는 곡이 아니다. 게다가 파격적인 연주가 아니었다.

놀라운 연주였다. 피아노를 도대체 어떻게 치기에 이렇게 투명한 소리가 들리는지. 음 하나하나가 또랑또랑 맑게 울린다. 음 하나하나가 생명을 지니며 새싹처럼 태어난다. 크리스탈처럼 세공한 연주다.

굴드의 베토벤 해석은 썩 공감하기 어렵다. 바흐 곡 해석은 그토록 열광을 하면서 왜 베토벤은 아닐까. 굴드의 해석이 어울리는 곡은 피아노 소나타 1, 2, 3번이리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뒤로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혼합물이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고 깔끔하게 음을 펼치면 미묘함이 사라진다. 지나치게 명료하다. 통렬한 느낌이 베토벤이지 않은가. 그의 해석에는 아픔과 슬픔이 엷다. 그 대신에 깊이와 울림은 두껍다.

굴드는 단순한 감정에 몰입한다. 냉정한 음의 울림 속에 홀로 빠져드는 굴드와 열정적 감정 안에서 차분한 베토벤. 물과 불. 글렌은 그 점은 잘 알고 있었으리라. 그래 그래서 차갑게 칠 수 있는 곡을 골랐으리라.

음을 깊디깊이 파고드는 굴드랑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하머클라비어의 3악장이다. 187마디. 길고도 깊디깊은 곡이다. 글렌 굴드는 투명한 심연으로 표현했다. 다른 연주자는 감정을 실어 장중하고 구슬프게 치려고 했겠지. 빠르기 조절이 핵심이면서 난해한 4악장은 분명 굴드의 마음에 들었으리라.

테레제는 투명하게, 하머클라비어는 깊게. 겨울 바다를 보는 듯했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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