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 10점
지상현 지음/프레시안북
 
제목을 보면 꼭 무슨 인문학 서적처럼 보인다. 호모로 시작하는 제목의 인문학 시리즈 때문인 모양이다. 세상을 디자인하라? 자기 계발서 같은데, 아니다. 디자인 전문가를 위한 책도 역시 아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칼럼이다. 디자인, 심리학, 통계학, 광고학 따위 전혀 몰라도 술술 읽힌다. 표지만큼이나 제목에 속아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내용이다.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20편을 묶어낸 책이다. 신문 연재물 모아서 펴낸 책은 대체로 별로다. 안 읽는 편이다. 종종 예외도 있다. 이 책이 그렇다. 분량은 고작 246쪽. 한 권 분량이라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다. 이제 뭐가 좀 나오나 싶으면 끝이다. 누런 알파벳 디를 보인 채 책은 끝난다. 더 넘겨 봐야 노란 속지밖에 없다.
 
그럼에도, 꽤 강한 인상을 주었다. 글쓴이는 통념을 깼다. 지상현은 '디자인은 단지 예쁘기만 하다.'는 우리 상식을 반박한다. 디자인이란 철저히 계산한 아름다움이며 계획한 유혹임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득해낸다.
 
우리가 근처 공원에서 흔히 보는 벤치는 괜히 그런 모양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잠깐 쉴 수는 있으나 오래 앉아 있기에는 불편하게 해야 한다. 눈과 비를 맞아도 금방 말라야 한다. 외부 충격에 강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최적의 다자인은? 오늘날 흔히 보는 그, 직각 직사각형 가로 막대형이다. 평범해 보이나 이는 꽤 오랜 실험의 결과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봤던 디자인의 속셈을 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밑줄 긋기]
아직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은 예술이라고 믿고 있다. "디자인은 감각이다."라고 식의 모호한 경구가 잘 먹힌다. 비교적 예술주의에 가까웠던 유럽에서도 편집 디자인 같은 일부 전통적 그래픽 디자인 분야를 제외하고는 '과학'으로 돌아선 지 오래지만, 우리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37쪽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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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FInvestment 2011.03.24 14: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계산이라는 말 일리가 있네요^^
    과학과 수학은 여러분야에 접목 되고 있군요.
    잘 보았습니다. 즐거운 오후 되세요 ^^

  2. 굴뚝 토끼 2011.03.24 2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만으로 봐도 책 자체에서
    저자의 디자인 철학을 보는 듯 합니다...^^

  3. yangkuno 2011.03.25 04: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자인, 너무 흥미로운 분야에요. 재밌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