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 10점
얀코 라브린 지음/한길사

 

"비참한 상태에 있을 때, 고통의 한계까지 시달렸을 때, 삶 전체를 화끈거리고 욱씬거리는 하나의 상처라고 느낄 때, 절망을 호흡하고 희망이 사라져 버렸을 때, 우리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어야 한다. 우리가 비참한 상태에서 빠져 나와 고독하게 다리를 절며 삶을 응시하면서 삶을 더 이상 거칠고 아름다운 잔인함으로 파악하지 않고, 삶으로부터 더 이상 아무 것도 가지려고 하지 않을 때, 그때 우리는 이 끔찍하고 훌륭한 작가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 헤르만 헤세 - (249쪽)

표도르의 만년 미완성 대작 <카라마조프 家의 형제들>을 읽었던 것이, 지난 1995년 11월이었다. 감기가 걸려, 머리 아프고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읽다가 그만 코피를 쏟았다. 근처 교회에서 운영하는 주민 문고에서 빌려 읽었는데, 책장 가득 코피가 묻어 어찌나 미안했던지. 괜찮다며 웃으시던 그 교회 주민 문고의 아주머니가 무척 고마웠다. 반납일 하루 늦어서, 30원인가 50원인가를 냈다. 반납일을 어기는 일은 거의 없는데, 그 책은 예정 반납일을 어기면서까지 읽었다. 수첩에 반납일을 꼭 표시하고 다녔기에, 다른 날을 다 잊어도 도서 반납일은 잊어버리지 않았다. 내 지난 독서 생활에서 그 책만이 유일하게 반납일을 넘겼다. 일신서적에서 펴낸 그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두 권짜리 책에서 무엇을 얻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문학을 시간 순서로 서술했다. 어조는 담담한 편이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그는 삶의 극한까지 다 겪어 본 사람이었다. 사형 직전에 극적으로 살아남았고, 범죄자들과 함께 4년간 시베리아에서 유형 생활을 했고, 도박에 빠져 가난뱅이가 되기 일수였으며, 간질병으로 시달렸다. 이런 극단의 경험들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가 사랑했던 여자들. 이 여자들과의 사랑도 작품에 잘 나타나 있음은 물론이다.

첫 부인, 마리아 드미트리예브나 이사예바(54쪽에 이 사람의 초상화가 나오는데, 척 보기에 요부(妖婦)다). 이 여자는 알코올 중독자인 하급 관리의 아내였다. 또 아들 파샤를 데리고 있었다. 마리아는 금발의 매력적인 여자이긴 했지만, 서른 나이에 변덕스럽고 신경질적인 성격이었다. 그런데도,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여자를 사랑했다. 남편이 있는 여자를! 더구나 여자는 그에게 관심조차 없다. 이 여자가 미망인이 되자, 그는 청혼한다. 그러나 그사이 벌써 그 여자는 애인이 있었다. 그래도 청혼! 최하급 장교가 되자, 그제야 여자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이 여자는 뻔뻔하게도 자신의 애인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딸 리유보프의 말에 따르면, 결혼식 전날 밤에도 마리아는 그의 애인과 같이 지냈다고 한다.

두 번째 여자는 아폴리나리야 수슬로바(줄여서, 폴리나라고 불렀음; 74쪽에 이 여자 초상화를 보니, 한눈에 평범한 시골 출신 여자로 보인다. 강인한 외모다). 의과 대학생에게 바람맞은 이 여자를 짓궂게도 도스토예프스키는 다시 서로 결합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 대학생은 이 여자와 결별한다. 그래서 그는 폴리나에게 같이 여행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폴리나와 함께 여행하면서 도박에 미쳐 돈을 마구 썼다. 폴리나는 그런 그에게 질려서 도망친다. 이 여자는 끝내 이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러시아 작가는 옛 사랑 폴리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작품 판권을 스텔로프스키라는 악질 출판업자에게 맡긴다. 문제는 기존 책의 판권을 넘기는 것 말고도 새 소설을 써서 늦어도 지정된 날짜에 넘겨주지 않으면 아무런 추가 보상은 물론이고 그가 쓰게 될 모든 책의 발행 권리를 갖게 된다는 계약에, 그는 순진하게도 서명해 버렸다.

이 계약이 두 번째 부인을 만나는 계기가 된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스니트키나. 속기사. 촉박한 시간에 빨리 작품을 써야 했다. 그래서 그의 친구가 속기사 한 명을 구해 주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안나다. <도박꾼>이 바로 이 때 완성된 작품이다. 26일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안나의 도움으로 출판업자의 재정적인 모략에서 벗어난 그는, 안나에게 청혼한다. 45세 작가와 20세의 속기사. "나의 모든 미래는 그대에게 달려 있소. 그대는 나의 희망이자 행복이며 축복이오." 이렇게 안나에게 썼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그가 사랑했던 여자들 중에서 그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많이 도와주었다. 앞의 두 여자는 그를 참지 못하고 화를 냈지만, 안나는 달랐다. 안나는 그를 사랑한 만큼 인내심이 강했다. 아내의 도움으로, 표도르가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도박벽에서 탈출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남편이 사망한 후 38년 정도를 더 살았던 안나는, 자신이 사랑한 남자에 대한 추억으로 그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신의 젊은 아내 안나에게 무척 끌렸던 모양이다. 이런 편지를 썼다고. "나는 꿈 속에서 늘 당신과 키스하고 있소. 당신의 몸에서 내 입술을 떼지 않고."(이 책 172쪽)

사람들은 그의 작품도 작품이지만, 그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더 놀란다. 어떤 사람은 그의 외모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보잘것없는 외모에다 다소 무뚝뚝하며 수염은 약간 불그스름한 빛을 낸다. 광대뼈가 튀어나온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여위어 있고 오른쪽 뺨에는 사마귀가 나 있다. 의심과 불신으로 때때로 불타오르는 눈은 슬픈 표정을 띠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두 눈에서 깊은 생각과 번민을 읽을 수 있었다."(이 책 200쪽)

<악령>을 사다 놓긴 했는데, 아무래도 잘 읽혀지지 않는다. 가끔 잠이 안 올 때 읽곤 한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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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iㅇrrㄱi 2011.01.21 1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등학교 고학년때인가 중학교 저학년때인가... 감히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겠다고 덤비다가 그냥 지치고 말았던 기억만 있습니다. <파우스트>처럼 읽다 접었던 몇몇 작품들이 그분의 작품이었네요. 이젠 머리가 컸다고 뜬금없는 책들에만 관심을 가지는 편인데, 고전이라고 하는 것들 특히 읽어내지 못했던 책들도 좀더 들여다봐야할 듯 싶습니다. 그래도 <파우스트>는 안 읽을랍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