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10점
김영하 글 사진/랜덤하우스코리아

김영하는 우리나라 작가 지망생이 가장 부러워 하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리라. 왜 과거형이냐면, 그가 조선일보에 연재한 후 책으로 묶어냈던 소설 '퀴즈쇼' 때문이다. 이 소설이 나오자, 독자 몇몇이 실망하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어렴풋이 이 작가가 창작 샘이 말랐다는 걸 느꼈다. 역시나 그 후에 여행기 따위의 잡글이 주로 나올 뿐 제대로 쓴 소설은 보이지 않았다.

신문 연재가 끝난 후, 설마 이걸 단행본으로 낼 생각은 아니겠지 싶었는데, 바로 나왔다. 자신감이 넘쳤다. 낭독회까지 했으니. 제정신이라면 자신의 실패작을 그렇게 세상에 내놓을 리가 없을 텐데, 그렇게 했다. 예전에 작품 연재를 마친 후 관점을 바꿔 다시 썼던 것에 비하면, 정말이지 이상하게 보였다.

김영하는 국내 온갖 문학상을 휩쓸었고 열렬한 독자를 얻었고 외국에 자기 소설이 번역되어 널리 읽혔다. 남들이 죽어라도 해도 될까 말까 하는 일을 불과 몇 년 사이에 해냈다. 소설가로서 더 바랄 게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게다가 라디오 프로 사회자에 교수 자리까지 앉았다. 그러다 갑자기 그 좋은 자리를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이 수필집에는 김영하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과정과 이유가 있다. 성공에 도취해서 더는 창작하려는 힘이 사라졌다는 말을 전하며, 훌쩍 대한민국을 떠나 외국으로 가 버린다.

무엇이 소설가의 창작 의욕을 좌절시켰나? 독자의 악평을 소설가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창작은 멈춘다. 창작의 배가 침몰하는 건 한순간이다. 그렇다고 호평만 듣고 자기 기만에 빠져서 계속 써댄다면, 그는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다.

진정한 예술가는 단단한 실패를 딛고 창작한다. 성공에 취해 만족한다면, 무엇을 해내야겠다는 의욕은 사라진다. 허기가 없는데 밥을 먹으려 하겠는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엄청난 성공 후에 오히려 일본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국을 떠돌아다녔다. 심지어, 자신이 쓴 소설이 너무 많이 팔린다고 불평했다. 김영하도 같은 모습이 되려는가. 이 책을 봐서는 그런 것 같진 않다. 그동안 너무 여유가 없었기에 휴식이 필요함을 자신과 독자들한테 알리고 있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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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1.02.19 18: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고 갑니다.
    창작을 꿈꾸는 저로서도
    김영하님의 이 책을 꼭 사서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