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10점
최무영 지음/책갈피

 

물리학 입문서를 찾는 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겠지만, 도대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없다. 어려운 단어에 딱딱한 수식으로 일관하는 전공 서적만 보인다. 그나마 그것도 몇 권 없다. 자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자기 혼잣말을 하고 있다. '이 정도는 알잖아.' 그렇게 짐작하고 넘어가질 않나. 말 그대로 읽을 수가 없다. 과학 지식이 없다면 접근 금지 경고문이라도 붙이고 싶은 걸까.

물론 모든 학문에는 입문자가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안이 있다. 해당 전문가가 아니라면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지식도 있다. 입문자가 원하는 지식은 해당 학문의 큰 테두리와 이해하는 방법과 주요 사안의 핵심 정도다. 전문 용어를 좀더 다정하게 이해가 좀 되게 설명해 줄 수는 없는 걸까.
 
그런 불만만 가슴속에 가득 채우고 있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구세주 오셨다. 다시는 물리학 거들떠 보지도 않으려 했는데, 다시 흥미가 생겼다.
 
제목만 보면, 이 책 일반인이 읽기에 어려워 보인다. 처음에는 전공자를 위한 책인 줄만 알았다. 표지를 보라. 뭔가 복잡해 보인다. "2002년에서 2005년까지 서울대학교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강의한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표지 설명에도, 딱히 읽고 싶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심코 1강을 읽기 시작하자, 맙소사, 술술 읽힌다. 따로 시간을 마련해서 읽어야 했다. 해리 포터 이후 이런 적이 없었다.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 보니, 여러 사안을 적절하고도 부드럽게 이어서 이야기한다. 게다가 좀 지루하거나 어렵다 싶으면 우스개 한 방이 터진다.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절하게 인용하여 배치한다.

지은이 최무영은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으로 시작한다. 왜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에 관심을 갖고 이해해야 하는지부터 설명한다. 동양이 서양보다 기술에서는 앞섰지만, 화약은 중국의 발명품, 과학적 사고는 서양이 발달했다.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과학적 사고지, 기술이 아니다. 반성적 사고로 기존 상식에 도전하는 정신이 동양은 부족했다. 과학은 단순한 '과학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과학적 생각'이다.

글쓴이가 읽는 이를 배려했다. 한문이나 외래어를 이해가 쉬운 순 우리말로 바꿔 썼다. 가끔은 생소할 수 있으니 가로 안에 기존 용어를 같이 썼다. 책 끝에 더 읽을거리를 덧붙였다. 색인(찾아보기)가 있어, 관심 사항을 찾기도 쉽다. 

내가 이 책에 감동한 것은 지식을 열정적으로 말하는 최무영의 말투다. 과학 사랑이 담긴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지식 자체보다 그 지식을 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 태도는 지혜에 가까운 애정이다.

아, 그럼에도, 역시 물리학은 여전히 어렵다. 원래 어렵나 보다. 과학 기초 공부가 안 되어 있어서, 관련 수식과 이론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밑줄 긋기]
과학적 사고의 첫째 요소는 기존 지식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반성'하는 겁니다.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보다 먼저 떨어진다는 진술이 기존 지식인데, 갈릴레이가 이를 다시 성찰한 것이지요. 39쪽

 

[참고]
이 책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본래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연재물이다. 어찌된 일인지, 책보다 웹이 더 읽기 편하다. 컴퓨터 화면으로 글 읽고 쓰는 게 익숙해진 모양이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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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한 세상의 나그네 2011.02.27 1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