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라이징 - 6점
피터 웨버 감독, 가스파르 울리엘 외 출연/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복수는 칼처럼 직선입니다. 날이 시퍼렇게 선 일본 사무라이의 칼처럼 말이죠. 한번 시작하면 끝이 날 때까지 갑니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인데도, 감정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매혹적입니다. 나쁜 녀석들 하나둘 죽는 걸 보면 쾌감마저 느낄 수 있습니다.

한니발 시리즈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분은 실망이 적지 않았을 것 같네요. 한니발 시리즈에 열광하는 분이라면 그냥 보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뭐 벌써들 다 보셨겠지만. 저처럼 주인공에 대해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복수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에 취했던 분은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였을 겁니다.

여전히 한니발은 묘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동네 이웃집 잘생긴 청년의 모습이죠. 하지만 그 안에 고통의 기억과 복수의 감정이 일그러진 추상화로 숨겨져 있죠. 영화는 그 추상화를 구체화로 바꾸면서 진행합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전쟁이 났습니다. 부모님은 폭격에 돌아가시고요. 여동생과 한니발 자신만 남았죠. 그런 집에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들어 옵니다. 그리고 산장에 갇히고 말죠. 배고픔에 정신이 돌아 버린 이들은 여동생을 잡아 먹습니다. 한니발은 살아 남았고요.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복수를 결심하죠. 또 과거의 기억을 차츰 되찾습니다. 그 악몽의 기억을 말이죠.

고독의 삼각형. 한니발, 한니발의 숙모, 한니발을 수사하는 형사. 모두 외톨이입니다. 전쟁으로 인해서 가족이 모두 사라졌죠. 꿈에서만 그리운 가족을 볼 수 있습니다. 셋 모두 그림자처럼 사는 사람들입니다. 영화가 복수에 중점을 두어서 이들의 고독한 내면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지 않은 편이지만, 묘한 동정심은 충분히 끌어내고 있습니다.

공리가 일본 여자로 나옵니다. 서양 영화에서 중국인 배우가 일본 여자로 등장하는 건 이제 어쩔 수 없는 노릇인 것 같네요. 영어 잘 하던데요. 발음도 괜찮고. 다만 대사가 짧죠. 공리의 연기는 흠 잡을 데가 없죠. 인물의 감정과 분위기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스파르 울리엘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부담이 많이 되었을 텐데, 나름대로 한니발의 젊은 시절을 매력적으로 잘 소화했습니다. 안소니 홈킨스의 연기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고요. 비교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같은 캐릭터라고 하지만 캐릭터의 과거, 현재, 미래는 엄연히 다른 것이니까요.

영화 끝 부분에 작은 반전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분들도 있으리라 봅니다. 시간 죽이는 데 딱입니다. 감동까지는 좀.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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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바흐 2011.09.11 15: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리의 매력만으로도 지를 가치가 있더이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