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록 - 10점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권응호 옮김/홍신문화사
 

고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여진 책을 읽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매력적이다. 우선, 쓰여질 당시의 사회 문화적 상황을 글에서 읽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물론, 이러면 무슨 사료(史料)처럼 책을 읽는 것 같지만. 다음으로, 옛날에 쓰여진 책의 글이 마치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생선을 회쳐먹는 맛처럼 신선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안다. 이 말은 고전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진실이다. 모든 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모든 고전, 특히 서양 고전이 그렇듯이 몽테뉴의 <수상록>은 평범한 한국 독자가 술술 재미있게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다.

그래도 처음 쓰여진 수필인데 좀 궁금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사실 유명한 서양의 고전 사상서들, 예를 들어 파스칼의 <팡세>나 베이컨의 <수상록> 따위는 첫 쪽부터 마지막 쪽까지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하게 뛰어 건너 읽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일관된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소재 중에서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도 좋다. 파스칼의 <팡세>에는 참으로 좋을 글귀가 많다. 종교와 관련된 어려운 내용은 안 읽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또, 베이컨의 <수상록>도 그렇다. 특히 '학문에 대하여'라는 부분은 학문 예찬론으로 참 좋은 글이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고전 중에 고전이다. 서양 수필 문학의 시초(始初).

몽테뉴(1533~1592)는 르네상스 시대의 프랑스 수필가이며 철학자이고, 수필을 가장 먼저 쓰기 시작한 사람이다. 요건 다들 아시겠고.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보르도 시의 재판소 평의원으로 지냈고 가까운 친구와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후 사색과 독서를 즐기기 시작했는데 주로 라틴 고전을 섭렵하여 책 여백에 주해와 독후감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몽테뉴는 '독자들에게'라는 글에서, "독자들이여, 나 자신이 곧 이 책의 소재인 것이다. 내가 이토록 경박하고 부질없는 일을 저질렀으니, 독자들에게는 소일거리나 될지 모르겠다." 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신변잡기를 솔직하게 적는 시도 자체가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경박한 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수상록>을 읽다보면, 역시 작가의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오는 편이다. 자신은 기억력이 좋지 못한 편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부분과 담석병에 고생한 이야기 따위가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과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솔직하게 적고 있다.

<수상록>은 양심, 실천, 부성애, 나이, 언어의 허영됨, 판단력의 불확실성, 옷 입는 습관, 절도, 우정, 아이들의 교육 등 다양하게 다루고 있지만, 작가의 일관된 두 가지 생각이 있다.

첫째, 소크라테스의 견해를 받아들여 "철학은 죽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많이 다루고 있다.

둘째, "내 이성에는 매일 돌발적인 충동과 동요가 있다." 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이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이성에 회의적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이성을 무시한 것은 아님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이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합리주의 사고와 연결된다.

<팡세>와는 달리, 이 책에는 종교에 관한 작가의 언급이 거의 없다. 중세의 확고한 신학적 신념 체계가 무너져서일까.

작가를 소개하면서 이미 말했는데, 몽테뉴는 라틴 고전을 섭렵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다. 아마도 작가의 그리스 로마 시대의 서양 문화에 대한 동경 때문인 것 같다. 서양인의 뿌리는 역시 그리스 로마 문화다. 정신적 고향이라 할 수 있겠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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