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상) - 열린책들 세계문학 015 - 10점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근식 옮김/열린책들

 

백치 - 하 - 10점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근식 옮김/열린책들

때때로 아무 생각 없이 책장을 넘겼다. 한 쪽을 여러 번 읽기도 했다. 읽다 자다 깨다 읽다. 반복했다. 늦게까지 도서관에 남아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잡다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탐독했다고 할 수 없다. 그냥 한 번 읽었다.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죄와 벌> 이후로 쓴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죄와 벌> 이야기를 <백치>에 몇 부분 넣고 있다.

<백치>는 산만하다. 무수한 등장 인물들과 많은 이야기들. 소설의 결말은 모호하다. 큰 줄거리와 상관없는 작가의 체험담(사형 직전에 살아 남은 것, 도박, 간질병 등등)에 여러 잡다한 것들이 담겨 있다.

그래도, 중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똑같지는 않다. 오히려 작가를 많이 닮았다.) 이상형 주인공 미쉬킨 공작의 이야기이다. 미쉬킨 공작은 백치다. 주변 사람들마저 그를 백치라고 부른다. 그가 백치임에도, 사람들은 그에게 가서 고백하려고 하고 그의 인격에 감동을 받는다. 그를 사랑하는 나스타샤와 아글라야. 또 그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 이야기. 돈, 결혼, 사랑, 사회 비판, 뭐 이런 이야기들이라고나 할까. 그리스도를 닮은 미쉬킨 공작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결국 치료를 받았던 스위스로 돌아간다.

무신론자 이폴리트가 자신의 논문을 낭독하는 부분에서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는데, 스티븐 킹 공포 소설을 능가할 정도로 으스스하다.

작가의 인식 테두리를 볼 수 있었다. 공작의 입을 통해 쏟아 내는, 로마 카톨릭과 무신론에 대한 비난, 그리고 러시아의 종교와 사상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 또 공작의 입으로 말하는, 러시아 상류계급 비판.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유럽 여행 직후 쓴 것이라서 유럽 사회에 대한 실망감과 비난도 보인다.

도스토옙스키가 택한 것은 결국 러시아 정교였고, 참된 그리스도 정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신론자들의 회의를 어떻게 해서든 반박하려 했다. 만년의 작업은 결국 이것에 치중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 작업이 최고로 다다른 미완성 작품이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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