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10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은행나무

이 책은 발표 당시 인기가 없었다. 1854년 초판 2천부가 출간된다. 다음해 3백부 남짓 팔린다. 그후로는 전혀 팔리지 않는다. 그 당시에, 이 책은 명백한 실패작이었다. 독자 수가 고작 몇 백 명이었으니까. 작가는 여덟 번이나 퇴고를 할 정도로 이 책에 정성을 쏟았지만 무관심 속에 버려진 채 남겨졌다. 그러다 오늘날엔 전세계적으로 읽혀진다. 발표 당시엔 인기가 없다가 왜 지금에 와서 새삼스레 읽혀질까.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도끼 한 자루 들고 월든 호숫가 근처 숲으로 들어가 손수 조그마한 통나무집 짓고 생활하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적었다. 고작 전원 생활 몇 년 한 걸 가지고 뭐 대단하다고,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그걸 글로 쓴 사람은 또 좀 많은가. 그런데, 소로우의 글은 놀라운 마력으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소로우의 단순하고 소박한 삶은 새뜻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내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 나갈 수 있으므로 값비싼 양탄자나 다른 호화 가구들, 맛있는 요리, 또는 새로운 양식의 고급 주택 등을 살 돈을 마련하는 데에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행복의 척도다. 돈은 수단에 불과한데, 어느새 그것은 인간 삶의 목적이 되어 버렸다. 행복하기 위해 비싼 물건을 사들이는 데 소중한 삶의 시간을 쓰지만 결국엔 불행하고 만다. 우리의 불행은 행복하고자 돈을 버는 그 행위에 있다. 이런 모순 속에 현대인의 고독과 불행은 더욱 깊어만 간다.

소로우의 숲 속 생활은 '삶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했던 철학적 자기 실험이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

이렇게 쓴 작가의 삶은 실제 어땠을까. 세속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작가는 결코 성공한 사람이 아니었다. 책을 썼으나 많이 팔리지 않았고, 강연을 했으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이교도로 낙인찍혔고, 은둔자로 치부되었으며, 평생 독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행복했다. 그는 자신이 살고자 하는 대로 살았다.

조그마한 호숫가 옆에 집을 짓고 간소하게 살면서, 그는 삶의 의미와 자연의 위대함을 발견한다. 숲속 생활에서 느낀 삶의 진리를 아름답고도 신비한 자연의 변화에 빗대어 이렇게 말한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鼓手)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우리의 천성에 맞는 여러 여건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대신 끌어다 댈 수 있는 현실은 무엇인가? 우리는 헛된 현실이라는 암초에 우리의 배를 난파시켜서는 안 되겠다. 우리가 애를 써서 머리 위에 청색 유리로 된 하늘을 만들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것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분명 그런 것은 없다는 듯이 그 훨씬 너머로 정기에 가득 찬 진짜 하늘을 바라볼 것인데."

소로우의 자발적 가난은 아무나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이 아니다. 성공해서 유명해지고 돈 많이 버는 삶의 방식이 우리 머릿속에 워낙 강하게 박혀 있다. 책이 처음 나왔던 당시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은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있지 않다.

소로우의 문장은 자연의 세세한 관찰을 통해 단순한 진리를 독자에게 강렬하게 전달한다.

소로우는 자연을 사랑했다. 그에게 천국은 지금 여기 지구다. "자연을 놓아두고 천국을 이야기하다니! 그것은 지구를 모독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린 이미 천국에 있다. 아름다운 이 지구에!"

자연을 사랑하는 그에게 월든 호수는 아름다움의 결정체다. "9월이나 10월의 이런 날 월든 호수는 완벽한 숲의 거울이 된다. 그 거울의 자장자리를 장식한 돌들은 내 눈에는 보석이상으로 귀하게 보인다. 지구의 표면에 있는 것으로 호수처럼 아름답고 순수하면서 커다란 것은 없으리라."

절망한 사람에게 따뜻한 희망과 뜨거운 열정을 북돋아 주는 책.
공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는 듯한 상쾌함을 주는 책.
우리가 지구라는 천국에 살다는 걸 깨닫게 하는 책. 
소로우의 <월든>이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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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강여호 2011.04.27 18: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법정 스님이 늘 곁에 두고 읽으셨다는 책이지요...
    저도 이 책 목록에 넣어두었습니다.

  2. 로맨티스트 2012.09.16 1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읽고 있는 책이네요...

    이렇게 사는것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