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I - 10점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아름드리미디어
쥐 II - 10점
아트 슈피겔만 지음/아름드리미디어

만화책으로 과연 심각한 내용이나 자서전적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아트 슈피겔만이 무려 13년간이나 걸려서 완성한 이 작품 '쥐'는 히틀러 치하의 유럽에서 살아 남은 유태인 블라덱 슈피겔만(지은이의 아버지) 이야기를 담았다. 만화로 그리고 쓴 소설 같은 자서전.

유태인 대학살. 아우슈비츠. 많이 들어 온 이야기다. 뭐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만화로 표현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 그 일을 겪은 아버지와 그 일을 전혀 겪지 못한 아들의 대화로 이야기 진행된다는 면에서 우리는 이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이 만화책의 표지 그림을 보면, 나치 마크에 왠 고양이 얼굴이 중앙에 있고, 의인화된 쥐가 벌벌 떨고 있다. 이 작품에서 유태인은 쥐로, 독일인은 고양이로 표현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사람들이 의인화된 동물로 표현된다. 폴란드인은 돼지로, 미국인은 개로, 스웨덴인은 사슴으로, 프랑스인은 개구리로, 소련인은 곰으로. 이렇게 표현하면 사실성이 떨어질 것 같은데, 막상 읽어보면 오히려 그런 동물 의인화가 사실성을 더 확고하게 해 준다.

이 만화책은 상당히 실험성이 강하다. 가족들의 사진이 등장한다. 지은이가 그린 만화 '지옥 혹성의 죄수-하나의 일화'가 등장한다. 돌출 효과라고 해야 하나. 지도와 도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의 실험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이 부분은 아버지가 아우슈비츠를 회상하는 장면인데, 갑작스러운 추락과 회상이 그런 독특한 전개 방식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만화 읽기 체험을 가능케 한다.

기억 남는 장면 두 곳. 롤렉이라는 인물, 왠지 나도 그처럼 행동했을 것 같아, 같은 인종을 만난 것 같아서 괜히 반가웠다. 밥보다 책! 훌륭하다, 롤렉! 여러 언어를 익혀 처세에 능한 폴란인, 거기에도 꺼삐딴 리가 있었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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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굴뚝 토끼 2011.11.14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책이 아직도 서점에 있나보네요.
    구입해서 읽은지 한참 된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나찌 독일에 대한 비난보다 폴란드인에 대한 혐오감이 인상적이었던 느낌이 생각납니다.

  2. 겨울.달 2011.11.15 1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 책이 다른 나치학살을 고발하는 책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와서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네요. 투박한 만화선도, 고양이와 쥐에 담긴 메타포도, 역사와 개인의 서사를 함께 말하는 점에 놀라워서 여러 번 읽었었지요. 다시 읽어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