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터튼은 흥미로운 작가입니다. 작가의 작가죠. 필립 얀시의 책을 읽다 보면 이분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마샬 맥루한의 책을 읽다 보면 또 이분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서양 사람이 쓴 종교/철학/경영/자기 계발 도서를 읽다보면 어김없이 이분 말씀이 나옵니다. 이분 말씀을 인용하지 않는 책은 어쩐지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라니까요.

'도대체 이 사람 누구이길래, 자꾸만 인용하는 거야?' 그런 궁금증이 생겨, 한번 읽어 봐야지 싶어, 국내에 번역된 책을 찾으면 종교 서적 한 권과 추리소설 다섯 권이 나옵니다. 표지 인물 사진은 브라운 신부가 아니라 작가 지 케이 체스터튼의 얼굴입니다.

정통 - 10점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홍병룡 옮김/상상북스
결백 - 10점
G. K. 체스터튼 지음, 홍희정 옮김/북하우스
지혜 - 10점
G. K. 체스터튼 지음, 봉명화 옮김/북하우스
의심 - 10점
G. K. 체스터튼 지음, 장유미 옮김/북하우스
비밀 - 10점
G. K. 체스터튼 지음, 김은정 옮김/북하우스
스캔들 - 10점
G. K. 체스터튼 지음, 이수현 옮김/북하우스

소설을 읽기 전에 [정통(오소독시)]을 읽으시길 바랍니다. "난 재미있는 추리소설부터 읽고 싶은데, 기독교 신앙 서적을 읽으라고?" 예,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는 거 압니다. 그래도 그 책부터 읽은 후에 이 추리소설을 읽어야 자연스레 이해되거든요. 그 수필은 종교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분조차 재미있게 킥킥거리며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책에서 체스터튼은 무신론적 현대사상과 정면으로 싸워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입이 쩍 벌어집니다. 그는 대단한 논객이었고, 지금도 그를 능가할 말 싸움꾼은 드뭅니다.

자, 그럼 이 소설의 첫 작품 [푸른 십자가]를 보죠. 작가는 미술을 공부하다가 문학으로 전향했습니다. 번역문이라서 원문의 세련됨과 운율이 생생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감각적이고 회화적인 묘사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몇 문단 더 읽으면 이 작가의 장난끼 가득한 이야기 솜씨를 만납니다. 영국식 유머라서 좀 생각해야 웃깁니다.

신부가 주인공입니다. 번역 제목을 '결백'이라고 했는데요, 아니죠. 심지어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동심'이라고 했던데, 정말이지 아니죠. 내용상으로 보면 브라운 신부의 순진함을 얘기하거든요. 무척 어리숙한 인물로 나옵니다. 인물 설정은 단순하고도 기묘한 역설입니다. 신부라서 범죄자의 범죄를 자세히 알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죄인의 고백을 모두 들어 봤으니까요. 가장 순진한 사람이 가장 교활한 범죄를 잘 알고 있는 겁니다.

이 역설적 발상은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보통 범죄자라고 하면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고 꺼리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거든요. 그런데 작가는 우리도 언제든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범죄자에게 자비를 배풀어야 한다는 거죠.

작가의 종교적 태도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깊은 사색에 빠질 것입니다. 브라운 신부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추리소설 이상의 소설로 읽히길 바랍니다.

전자책에는 종이책에 있는 삽화가 없습니다. 참고하세요.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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