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 Greateset Organ Works - 10점
세바스찬 바하 (Sebastian Bach)/기타 (DVD)

파이프 오르간의 매혹은 그 신비한 소리뿐만 아니라 그 웅장한 모습에도 있다. 소리는 많이 들었어도 그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정말 보고 싶었다. 그리고 봤다.

이 영상물에 나오는 오르간은 건반이 세 개다. 중간 건반을 누르면 아래 건반이 같이 움직인다. 발로 치는 건반도 있다. 결국 건반이 네 개인 셈. 듣기에는 편하지만 그 편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정신없이 손발을 움직여야 한다.

연주자의 모습이 귀엽다. 입을 꽉 다문 채 두 눈을 가끔 껌벅인다. 손은 건반 위를 흐른다. 윗몸은 음악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흔든다. 어린이가 피리 부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진지한 모습이라 해야 하겠지만.

하얗고 거대한 악기에 검고 조그마한 연주자. 그 작은 사람이 그 작디작은 건반을 눌러 크디큰 울림을 만든다. 장엄한 우주를 사색하는 인간. 파스칼의 사색. 무한과 유한의 만남.

바흐와 파이프 오르간에 관한 이야기. 바흐가 어느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가 되려고 갔는데, 조건이 있었다. 바로 그 성당 음악 책임자의 딸과 결혼해야 한다는 것. 그 따님이 그다지 예쁘지도 어리지도 않았다고. 악기냐 사랑이냐. 워낙 그 파이프 오르간이 훌륭해서 여러 사람이 그 자리를 탐냈지만 고심 끝에 다들 포기했다. 바흐도 그랬다.

바흐의 오르간 곡 중에서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가 가장 유명하다. 바흐 음악을 평소에 전혀 안 듣는 사람들조차 안다. 듣자마자 "아, 이 음악 예전에 들어 봤어요." 그럴 것이다. 지금 들어도 멋진 곡인데 처음 발표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교회에서 경건하게 졸린(?) 곡만 듣다가 갑자기 경쾌하고 역동적이면서 화려한 음악을 들었을 때 귀가 쫑긋 눈이 번쩍했으리. 교회에 예배 보러 가는 사람보다 바흐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 들으러 간 사람이 많았다고.

이 타이틀은 Hans-Andre Stamm의 Torst-Organ 연주다. 국내판으로 제작하면서 부록을 거의 다 없앴다. 뒤표지 설명에는 분명히 연주자 약력, 용어 설명, 인쇄 설명지, 오르간의 세부 사항 등이 있다고 나온다. 허나 실제로는 없다. 부록은 딱 하나, Pastorale BWV 590 연주에 전원 풍경이 나온다. 괜찮은 영상이다. 연주자의 모습보다는 그런 풍경이 더 낫다. 이 부록을 보고 들으면서 스트레스 해소한다. 왜 볼륨 원(Volume One)으로 표기했을까 궁금해서 혹시나 해서 아마존을 검색해 보니 볼륨 투(Volume Two)도 있다. 국내에는 볼륨 투가 안 나온 것 같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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