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 박스세트 (4disc) - 10점
스티븐 스필버그 /해리슨 포드 /파라마운트

저는 007 시리즈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더 중독되었던 듯합니다. 글쎄요. 왜 그럴까요. 최신 무기와 과학보다는 구식 무기에 미신이 매혹적이던 듯합니다.

아래는 예전에 써 놓은 영화 감상문인데, 올려 놓습니다. 2편에 대한 감상문은 없네요. 본 건 분명한데 글은 안 쓴 모양입니다.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

칼은 총을 이길 수 없어

고고학, 온갖 함정과 뱀과 거미로 가득한 고대 유적 무덤, 중절모, 채찍, 총, 모험, 보물.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오락 영화죠. [레이더스]는 그 시리즈의 1탄입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고대 보물 찾기는 재미있습니다. 빛을 가리면 벽에서 꼬챙이가 튀어나오고, 발판을 밟으면 날아드는 화살, 무너지는 유적에서 탈출할 때면 어김없이 굴러오는 거대한 둥근 돌덩이.

[레이더스]는 성서에 나오는 성궤를 찾는 모험입니다. 이 성궤가 전쟁의 승리를 보장한다는 전설이 있어, 나치 독일군이 그 성궤를 찾으려고 난리가 났고, 이들에 맞서 우리 영웅 인디가 나서죠.

영화 보면서 꽤 많이 웃을 수 있습니다. 여학생이 눈을 감으면서 교수 인디한테 사랑 고백하는 장면이나 한참 폼 잡으면서 칼부림을 하던 사내를 인디가 한 방으로 끝내 버리는 장면 따위.

1981년 발표작. 옛날 영화는 옛날 영화네요. 곳곳에 뻔히 보이는 특수 효과. 블루 스크린으로 찍은 게 눈에 거슬리네요. 사람이 녹아서 해골이 되는 특수 효과, 당시로서는 최선이겠죠.

세월이 지나도, 차량 추격전 스턴트 장면은 여전히 멋집니다. 인디가 달리는 차량의 밑으로 내려가서 다시 차 뒷부분으로 올라오는 장면. 여기에는 눈속임이 없습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뱀과 거미는 진짜랍니다. 배우 출연료보다 뱀의 출연료가 더 높지 않았을까요. 뱀 육천 마리를 풀어 놓고 찍었다네요.

파리도 잠깐 출연합니다. 인디가 로켓탄 비슷한 걸 어깨에 매고서 성궤를 가지고 가는 독일군들한테 발사하겠다고 으름장 놓는 장면이 있죠. 그러자, 프랑스 도굴꾼이 인디한테 넌 성궤를 파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그 말하는 장면에서 날파리가 등장합니다. 그 사람의 입 안으로 쏙 들어가는 파리. 오른쪽 턱 아래에서 등장해서 입술을 지나 입 안으로 퇴장합니다.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펜은 총보다 강하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3편이다. 1편 레이더스에 나온 고정 역할 사람들이 그대로 나온다. 배경도 똑같은 나치 시대다. 영화 후반부의 액션 장면도 같은 장소에 찍은 듯하다. 액션 스케일이 커서, 이젠 탱크에 기차에 비행기까지 등장한다. 3편에서는 뱀 대신에 시궁창 쥐가 열연한다.

인디가 대학 강의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실제 고고학은 지루하기하기 짝이 없는 사실 확인 작업이라고. 유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보단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일이 많다고. 그럼에도, 영화는 액션을 보여줘야 재미있다. 인디의 아버지이자 고고학자로 연기하는 숀 코네리가 능청스럽게 이런다. "우리 고고학자 맞아?" 아니, 니들은 영화 속의 주인공이야.

숀 코네리, 그가 007 영화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영화에서 늙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재치를 발휘하는 모습은 재미있다. 총이 아니라, 우산과 만년필로 적을 무찌른다.

리버 피닉스가 청소년 시절의 인디 역을 연기했다. 리버 피닉스, 그의 강한 눈빛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3편은 성배 이야기다. 성배의 물을 마신 자는 늙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전설이 있다. 인간의 욕망이란, 덧없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욕심이다. 아무리 많은 돈과 권력을 가졌더라도, 사람은 세월이 지나 늙어 죽는다. 삶은 과정이지, 끝이나 결론이 아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인디아나가 인디네 집에서 키우던 개의 이름이었다는 농담이 나온다. 실제로 조지 루카스 감독이 키우는 개의 이름이 인디아나다. 극본 작업에서 주인공 이름을 자기집 개 이름으로 붙였던 거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007 영화에 고고학과 신비주의를 덧붙인 형태다. 인디는 갖가지 함정을 피해서 보물을 얻어야만(!) 하며, 인디는 예쁜 여자와 사랑에 빠져야만(!) 한다. 그는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관객이 즐겁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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