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J.S Bach - Goldberg Variations / Angela Hewitt - 10점
바흐 (J. S. Bach) 작곡, Angela Hewitt 연주/하이페리온 (Hyperion)

대개 예술가들은 자기 개성을 한껏 뽐내려 한다. 소설이건 피아노 연주건 마찬가지다. 자기 지문을 확실하게 남기려 한다. 하지만 정반대로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예술가도 있다.

안젤라 휴이트(Angela Hewitt)는 이 곡을 그저 바르게 쳤다. 소설의 간결체처럼, 명사와 동사만 배열한 문장처럼, 피아노 음 하나하나를 똑똑히 울렸다. 음이 하나하나 정확히 일어선다. 그리고 정확히 스러진다. 그게 전부다. 어떤 꾸밈도 없다. 이런 접근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이룬다.

당신이 라면을 먹는다고 하자. 그런데 포장지에 아무것도 없다. '라면'이라는 글자밖에 없다. 봉지를 열면 면과 스프가 있다. 스프 봉지도 깨끗하다. 그냥 '스프'라고 써 있다. 그게 전부다. 끓이면 딱 라면 맛이 난다. 매운 라면도 아니고 순한 라면도 아니다. 단지 라면이다. 새벽 1시다. 배 고프다. 지금 이 글에서 써먹을 비유는 라면만 모락모락 떠오른다.

단정한 연주다. 바르게 치려는 모습이 아름답다.

Posted by 빅보이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