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 체흘린 Dieter Zechlin

[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전곡 [9CD]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재클린 (Dieter Zechlin/Berlin Classics

베토벤 음악 자체보다 피아니스트의 해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했다. 진한 커피향 같은 세련된 터치는 듣는 이를 매혹시킨다.

체흘린은 시대를 앞서 간 모더니스트 혹은 미니멀리스트다. 자신의 해석을 되도록 배제해서 곡의 핵심을 보여준다.

시디 9장짜리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이다. 1번부터 깜짝 놀랐다. 엄청 빠르다. 내가 들어본 연주 중에 가장 빨랐다. 그러면서 음 하나하나가 충실하게 살아 있다. 터치의 간결미에서 피아니스트의 절제된 품격이 느껴진다.

1960년대 녹음이지만 음질은 상당히 뛰어나다. ADD인데 DDD처럼 들린다.

종이 케이스인데, 꺼내기가 어렵다. 시디가 꽉 끼어서 잘 안 빠진다. 꽉 잡아서 빼야한다. 다른 케이스에 넣기 바란다.



타티아나 니콜라예바

여백을 강조한 터치다. 부드러운 시작과 역동적인 전개, 그리고 청아한 마무리로 한 음 한 음이 물결처럼 퍼지며 시나브로 사라진다. 미묘한 감성에 몰입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유려하게 들린다.

타티아나 니콜라예바는 특유의 느릿하면서 웅장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상대적으로 다른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가볍고 초라하게 보인다. 경박한 조급함과 기계적 기교에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비창 소나타 2악장은 신성한 기운이 느껴진다. 레가토의 힘이다.

거대한 화폭에 단백한 붓질로 음의 환상을 그려냈다.

[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전곡 - 10점
타티아나 니콜라예바 (Tatiana Nikolayeva) 연주/Scribendum

1984년 라이브 공연 녹음이다. 가끔씩 기침 소리와 관객 소음이 들린다. 시디 9장짜리다.


 

클라우디오 아라우

우아한 터치다. 사진을 안 봤다면 여자로 여겼으리라. 강렬하고 힘찬 면은 부족하다. 처음에는 싱거웠다. 자주 듣는 편이 아니었다.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은 후에야 이 피아노 연주자의 터치가 독특해 보였다. 거칠게 뛰쳐나올 음이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손을 거쳐 부드럽게 걸어나오는 거였다. 귀가 안 아프다. 쾅 내려치는 게 없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순화된 감정만이 흐른다. 푸근한 정감이 따스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힘으로도 머리로도 치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그저 진솔하게 피아노 건반을 누른다. 편안하게 들렸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은 물론이고, 피아노 협주곡 전곡과 에로이카 변주곡과 디아벨리 변주곡이 함께 들어 있다. 시디 14장짜리 앨범이다. 

▶ 아라우에 대한, 다른 분의 다른 평 

 


프리드리히 굴다

똘망똘망 들리는 피아노 소리가 신기하다. 얼음 동동 떠 있는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듯하다. 그 시원함에 반했다. 경쾌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그렇다. 전곡을 계속 듣기에는 피곤했다. 스트레이트 펀치만 계속 맞는 기분이랄까. 피아노 소리가 또르르 흐른다. 이 말 외에는 더 붙일 것도 뺄 것도 없는 연주다. 특히 1, 2, 3번은 기계 장치 부속품이 서로 맞물려서 완벽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분명하고 정확하고 빠르다.

 
피아노 소나타 전곡과 피아노 협주곡 전곡이 시디 12장에 모두 들었다. 종이 케이스로 가격이 저렴하다. 독일어 표기다. 23번과 24번은 몇 년이 흐른 후에 조금 다르게 연주한 게 함께 있다. 비교해서 감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연주 시간이 늘었는데도 전반적으로는 같은 느낌이었다.


글렌 굴드

굴드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당신이 들었던 그 모든 연주를 박살낸다. 다른 연주자한테 들었던 것과 반대의 빠르기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을 수 있다. 느리게 들렸던 것은 빠르게, 빠르게 들렸던 것은 느리게 들린다. 처음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리라. 익숙해지면 그 나라에서 나오지 않으려 들 것이다. 즐겁게 랄랄라 흐르는 음의 환상. 마법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그의 허밍. 굴드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 든다. 특히, 비창 소나타 1악장에서 그렇다. 바흐에서 그런 건 자연스러웠는데, 베토벤에서도 그런 건 놀라웠다. 경이로운 연주다.

[수입] Beethoven : Piano Sonata VOL.1 / Glenn Gould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소니뮤직(SonyMusic)

1번부터 14번까지 시디 3장에 담았다. 단, 4번과 11번은 없다. 굴드는 전곡을 녹음하지 않았다.

[수입] Beethoven - Piano Sonatas Vol.2 / Glenn Gould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소니뮤직(SonyMusic)

15번부터 32번까지 시디 3장에 있다. 단, 19번과 20번과 21번과 22번과 25번과 26번과 27번과 28번이 없다. 24번과 29번도 없다.

[수입]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1-3, 5-10, 12-14, 15-18, 23, 30-32번 [6CD]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굴드 (Glenn Gould) 연주/SONY CLASSICAL

앞서 두 앨범을 합친 앨범이 나왔다.

[수입] Beethoven: Piano Sonatas Nos. 24 & 29 "Hammerklavier" / Glenn Gould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소니뮤직(SonyMusic)

24번 테레제와 29번 하머클라비어가 시디 1장에 있다. 그나마 대체로 평이하게 들렸던 앨범이다.



백건우

부드러움과 여유가 충만한 피아노 소리다. 백건우의 손길이 닿으니, 기계처럼 정밀하고도 정확하게 돌아가는 곡이라고 여겼던 1, 2, 3번이 섬세하고도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곡으로 바뀌었다. 다른 연주자라면 쾅 내려칠 부분인데, 붕 울린다. 저녁 노을이 창공에 번지는 것처럼 매끄러운 음의 울림이 아름답다. 월광 3악장, 바람에 물결이 흐르는 모습을 두 귀로 보았다.

백건우 - 베토벤 : 32 피아노 소나타 전곡집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백건우 (Kun-Woo Paik) /Decca

시디 9장과 디브이디 1장, 두툼한 해설서 1권. 오늘 2008년 6월 17일 도착했는데, 번호가 2951번이었다. 사려는 분은 서두르시길. 한정판으로 3000개만 제작한다고 한다. 케이스가 편리한 편이 아니다. 너무 멋지게 만들려다보니 실용성이 떨어졌다. 시디가 케이스에서 종종 떨어지고, 자석으로 붙는 케이스는 열기가 번거롭다. 열 장짜리 케이스를 따로 사서 거기에 보관하는 게 더 안전하리라.

백건우 - 베토벤 프로젝트 : 피아노 초기 소나타 Vol. 1 (Piano Sonatas No.1,2,6,7,9,10,14,15)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백건우 연주/유니버설(Universal)
백건우 - 베토벤 프로젝트 : 피아노 초기 소나타 Vol. 2 (Piano Sonatas No.3,4,5,8,11,12,13)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백건우 연주/유니버설(Universal)
백건우 - 베토벤 프로젝트 : 피아노 중기 소나타 Vol. 1 (Piano Sonatas No.16-26)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백건우 연주/유니버설(Universal)
백건우 - 베토벤 : 후기 피아노 소나타 27-32번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백건우 (Kun-Woo Paik) /유니버설(Universal)

초기는 두 권(각 시디 2장)으로, 중기(시디 3장)와 후기(시디 2장)는 각각 한 권으로 나왔다. 이 모두를 사면 전집 한정판과 가격이 같다. 두툼한 해설서 1권과 디브이드 1장(연주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을 받지 못하지만 실용성(보관과 꺼냄, 시디 장식장에 들어갈 수 있다.)이 더 낫다.

백건우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집 [2for1]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백건우 (Kun-Woo Paik) /유니버설(Universal)

시디 2장에 주요곡만 모았다. 비창, 월광, 열정 소나타는 당연히 있고 템페스트, 고별, 전원, 발트슈타인도 있다.


유스투스 프란츠

이 피아니스트를 잘 몰랐었다. 국내에 들어온 음반이 많지 않고, 가끔 이름이 보일락 말락하는 정도니까. 소니에서 저가로 나온 베토벤 전집에 그의 연주가 들어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연주자는 내 평생에 그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을 사람이었다. 이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주자가 되었다.

32곡이나 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에 가장 귀에 익은 곡은 월광이다. 그 월광에서 3악장이다. 내게 월광 3악장은 피아니스트의 연주 자질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월광 3악장 연주가 마음에 들면 다른 곡 연주도 거의 마음에 든다. 이 월광 3악장에 피아니스트의 핵심이 드러난다.

프란츠는 자신을 최대한 지워서 곡을 드러낸다. 대개들 자기 개성을 한껏 뽑내고 곡의 특징을 살릴려고 안간힘을 쓴다. 유스투스 프란츠는 반대다. 그는 자기 개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곡의 모습을 강조하려고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그는 그저 곡의 본래 자연스러운 모습을 꾸밈없이 보인다. 그의 상상력은 곡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데서 그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그만큼이다. 적절한 음을 놓고 연주자는 사라진다.

[수입] 베토벤 : 마스터피스(1회 한정 발매)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Various Artists 연주/소니뮤직(SonyMusic)

소니에서 나온 베토벤 전집이다. 여기에 유스투스 프란츠의 월광, 비창, 열정 연주가 있다.


안드라스 시프

시프의 터치는 어느 곡을 치든 부드럽다. 아련한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저 멀리서 들리는 터치다. 그런 그의 매력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서도 그대로다. 부드러운 베토벤을 바란다면 시프가 최고다.

[수입] Beethoven - The Piano Sonatas Vol.1 / Andras Schiff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안드라스 쉬프 (Andras Sch/ECM
[수입] Beethoven - Piano Sonatas Vol. 2 / Andras Schiff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안드라스 쉬프 (Andras Sch/ECM
[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3집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안드라스 쉬프 (Andras Sch/ECM
[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4집 - 12-14번 '월광' & '전원'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쉬프 (Andras Schiff) /ECM
[수입] 쉬프 : 베토벤 소나타 6집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쉬프 (Andras Schiff) /ECM
[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7집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쉬프 (Andras Schiff) /ECM
[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 8집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쉬프 (Andras Schiff) /ECM

대체로 작품 번호 순서대로 녹음했다. 총 8집이다. 8번 비창은 2집에, 14번 월광은 4집에, 23번 열정은 6집에 있다. 21번 발트슈타인은 5집에 있다. 이 5집에 WoO 57번 연주가 있다. WoO 57번은 본래 발트슈타인의 제2악장으로 작곡했던 곡이다.


알프레드 브렌델

정통 연주의 정직한 힘을 느꼈다. 브렌델을 듣고서야, 내가 그동안 들은 연주가 파격임을 깨달았다. 글렌 굴드는 피아노 연주에서 피카소의 그림 같은 것이었다. 왜 그리도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이제야 알았다. 브렌델의 충실한 연주를 들은 후, 이 기준으로 굴드의 연주를 평하면 연주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전집 [디지털 녹음] [10CD]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브렌델 (Alfred Brendel/Decca

전곡 녹음이다. 시디 10장. 시프처럼 WoO 57번 연주가 있다. 나처럼 파격적인 연주에 익숙하다면, 브렌델을 처음 들을 때 무척 싱겁다고 여기리라.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많이 두고 천천히 세밀하게 들어 보라. 다른 연주자의 터치를 잊고 브렌델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평온한 황홀감에 빠지리라. 음의 세밀한 처리에서 단연 최고다.


빌헬름 켐프

베토벤의 주요 곡인 월광, 비창, 열정을 켐프가 너무 정확하게 쳐서 실망이 커서 다른 곡 연주를 아예 들을 생각이 없었는데, 브렌델 연주를 들어 보니 혹시 다른 곡에서는 멋질 것 같다 싶어 들어 보니, 과연 1, 2, 3, 4번 연주가 탁월하고도 독특하다. 골트베르크 변주곡의 고요한 감수성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서도 눈부시게 빛난다. 켐프의 세련된 터치는 음을 비단으로 만든다. 정갈하고 고운 음결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1950년대 모노다!

[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전집 (스테레오 버전) (8CD)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켐프 (Wilhelm Kempff)/DG

1960년대 스테레오다. 이걸 사야겠죠?

전곡 녹음. 시디 8장. 대체로 작품 번호

 


 

마우리치오 폴리니

전곡 녹음을 무려 40여 년에 걸쳐 하다니. 글쎄다, 왜 그랬을까. 어쨌거나 무사히 전곡 녹음을 마치심을 축하드린다.

폴리니가 연주하면 그 어떤 곡이라도 봄으로 변하는 듯하다. 베토벤을 따스하게 만들어 놓았다. 특히, 1, 2, 3번 연주가 돋보인다. 32번 2악장은 예전부터 폴리니 연주로 자주 들었다.

가끔씩 연주자의 숨소리와 흥얼거림이 들린다. 굴드처럼 심하진 않다.

전곡이 스튜디오 녹음이 아니다. 라이브 공연 녹음이 있다. 두세 곡이 그랬던 듯. 듣기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기침소리가 들려서 신경 쓰인다. 연주 하는 동안은 그마나 관객이 조용한 편이다. 너무 조용해서 이상할 정도다.

순서대로 곡을 수록하지 않았다, 대체로 작품 번호 순서지만.

[수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전곡 [8CD]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폴리니 (Maurizio Polli/DG

 


 

부흐빈더

내한 공연을 한다고 해서 알게 된 피아니스트다. 공연장에는 안/못 갔다.

힘 조절과 섬세함에서 아주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뭐랄까 깊이나 감정이 딱히 없다. 듣고나면 공허하다. 어쩌면 베토벤이니까 이런저런 무게과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일지도.

예술가라는 자의식을 버리고 곡 자체만을 잘 드러내기만 하려는 듯 건반을 두드린다. 경쾌하고 산뜻한 음을 만든다.

너무 연주를 잘해도 탈이다. 너무 잘하면 너무 이상하게 들린다. 약간 못 쳤으면 싶다, 어이가 없게도.

놀랍게도, 흥미롭게도 피아노 소나타 2번 2악장 1분 전후에 잘못 누른 건반 소리가 들린다. 글쎄다, 왜 그랬을까. 굴드라면, 그리고 나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재녹음을 해서라도 오점을 지워야 하지 않나. 어쨌거나 부흐빈더 스타일답게 뭐 어때 하고 참 태평하게 넘어간다. 

[수입] 부흐빈더 - 베토벤 : 피아노 작품 전집 [15CD] - 10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부흐빈더 (Rudolf Buchbi/Teldec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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