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 - 10점
저지 코진스키 지음, 안정효 옮김/문예출판사

저지 코진스키가 처음 쓴 소설 <The Painted Bird>를 읽었다. 끔찍한 악몽을 꾼 듯하다.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 어떤 소설에서도 읽지 못했던 잔악한 인간의 모습. 정말 이것이 인간의 모습이란 말인가. 집단을 이룬 인류가 한 개인에게 무참하게 저지르는 그 끔찍한 폭력. 인류애(人類愛)는 존재하는 걸까. 그게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이 소설을 대담하게 말하는 듯 잔악한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우리 눈앞에 펼쳐 놓는다. 그 모습들은 모두가 경악이다. 이 작품 <The Painted Bird>는 그 내용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 소설의 내용은 정말 허구일까. 어느 정도 사실일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소설이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 때문이다.

1933년 폴란드에서 태어남.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반나찌 활동을 한 경력이 있는 부친은 여섯 살 난 코진스키를 혼자 피난길에 떠나 보냄.
1942년 폴란드 동부의 시골 마을을 전전하던 중 심한 충격을 받고 언어 능력 상실.
1945년 전쟁이 끝나고 극적으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옴.
1947년 스키를 타다가 사고를 당하여 머리에 충격을 받고 기적적으로 언어를 되찾음.
1947년 이후 코진스키의 삶은 <steps>, <blind date>에 잘 나타나 있다. 코진스키의 삶은 그 자체가 소설에 가깝다. 숱한 우연과 파격적인 변신. 그 어떤 소설보다 소설적이다. 소련에서 사회심리학 전공.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그가 미국에 망명. 미국에서 밑바닥 생활. 우연하게 회장의 미망인과 만나 결혼.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

소설 제목의 의미는 소설 중간에서 풀 수 있다. 멀쩡한 까마귀를 잡아다가 몸에 알록달록한 색을 칠한다. 그리고 다시 날려보낸다. 그러면 다른 까마귀들은 무지개빛 까마귀를 보고 마구 공격해서 죽여 버린다. 피부 색깔, 눈 색깔, 머리 색깔, 말투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단 구타당하는 소년. 그는 바로 무지개빛 까마귀(Painted Bird)다.

집단의 문제를 잘 다룬 뛰어난 작품이다. 모든 사회 집단은 개인을 말살시키는 무수한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코진스키의 이 소설은 그 폭력을 고발한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