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 10 CD Set 2 (Mozart / Brahms / Beethoven / Debussy / A.M.O) - 10점
쇼팽 (Frederic Chopin) 외 작곡, Arturo Benedetti Michel/Documents

1번 시디. 1949년 7월 21일. 공연 녹음. 소음. 모노인 듯하다. 삑삑 신호음이 들린다. 정각을 알리는 신호? 뭘까나. 청중의 기침 소리. 이 모든 난관을 뚫고 미켈란젤리의 섬세한 터치가 내 귀에 파고들었다. 놀랍다. 한 연주 끝나고 나오는 박수 소리가 왜 이리도 반가울까. 나도 같이 박수칠 뻔했다. 오, 예.

이 음반을 들으면서, 전업 피아니스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않았을까. 미켈란젤리가 인기곡을 쳤다면 다들 생계 걱정을 해야 했을걸. 머리를 쥐어짜면서 왜 난 천재가 아닐까 중얼댔을지도. 으, 악.

미켈란젤리가 천재였던 건 사실이나, 그가 천재였다고 지금까지 손꼽히는 예술가로 남은 건 아니다. 진정한 예술가는 재능에 의존하지 않는다. 자신의 직감을 믿는다. 대중의 찬사에 넘어간 예술가는 몰락한다. 결국 스러진다. 나중엔 잊혀진다. 미켈란젤리의 말을 들어 보라. "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끔찍스러운 연습과 노력에 자신을 바치겠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 않겠다면 그는 기껏해야 갈채를 자아내는 유용한 기계일 뿐, 결코 음악가는 아니다." 아, 예.

대체로 공연한 연대 순서대로 시디에 차곡차곡 담았다. 1번, 2번 시디를 제외하면 대체로 음질은 좋은 편이다. 대체로 뒤로 갈수록 더 음질이 좋다. 대체로 기침 소리도 덜한 편이다. 말 그대로 공연 기록물이다. 스튜디오 녹음은 하나도 없다.

그 많은 세월과 이 많은 소음을 이겨낸 미켈란젤리의 연주는 경의롭다. 아무 생각 없이 듣기 시작하면 하루종일 내내 시디 10장을 모조리 듣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길 바란다. 은근히 중독성 강하다. 굴드보다 더하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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