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프 - 일반 킵케이스 - 6점
우디 알렌 감독, 스칼렛 요한슨 외 출연/아인스엠앤엠(구 태원)
 
이 영화는 순전히 배우를 보기 위해 봤습니다. 스카렛 요한슨이요. 우디 알렌, 이 감독의 영화는 제 취향이 아니랍니다. 요한슨 양이 이웃집 아가씨처럼 나옵니다. 예쁜 척하지 않죠. 워낙 외모가 돋보이긴 해요. 그래도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시지 않게 나오서 좋았어요.
 
스칼렛 요한슨이 학보사 기자를 연기합니다. 그리 똑똑하진 않고요. 뭐 그렇다고 멍청한 건 아니고요. 이에는 치아 교정기를 달았고 두 눈에는 커다랗고 둥근 금테 안경을 썼어요. 아름다운 금발 머리는 뒤로 묶어 말총머리이거나 산만하게 흩어져 있고요. 코맹맹이 목소리를 내요. 수다를 떠는데, 시끄럽진 않아요. 수다는 우디 알렌이 시켜서 하는 게 너무 보여서 작위적인 느낌이지만, 뭐 그렇다고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고요.

스켈렛 아씨의 친숙한 모습은 수영장 장면에서 달라집니다. 금발 미녀로 바뀝니다. 안경을 벗고 몸매를 드러내죠. 벌렁대는 콧소리와 맹한 성격은 여전하지만요. 이 인물의 말투, 성격, 행동, 대사는 어차피 우디 알렌 거니까, 별 상관하지 않고 봤어요.

하얀 윗옷, 노란 치마. 이 여인의 백색 피부와 금발 머리를 돋보이게 하죠. 다시 안경 쓰고 수수한 옷 입으니 낫군요. 자, 같이 걸어 볼까요. 데이트 영화. 내가 좋아하는 여자 배우와 데이트한 기분이었어요. 공원 긴 의자에 앉아서 서로 얘기하는 장면이 나와요. 둘은 평상복 차림이죠. 청자켓, 청바지.

문제는 이 여인의 데이트 상대가 살인 용의자라는 점이죠. 그것도 연쇄 살인범이랍니다. 영화는 이 문제를 기자(스칼렛 요한슨)가 마술사(우디 알렌)와 함께 풀어가며 진행합니다. 이 문제에 관심이 딱히 없었어요. 살인자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습니까. 애초부터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이 없었으니. 스칼렛 요한슨이 영화 끝까지 나오면 되는 거죠.

우디 알렌은 잘생긴 청년과 아름다운 여성 사이에 끼어서 열심히 수다를 떱니다. 정말이지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도 떠들어요. 아, 지금 바나나 먹는 원숭이가 바닐라 먹는 인간을 욕한 건가요. 어쨌거나 우디 할아버지의 수다는 무시하며 봤어요. 내 마음대로 볼 권리가 있어요. 감독 마음대로 찍을 권리만큼이나요.

우디 할아범은 이야기를 잘 만들어요. 앞뒤 복선 처리가 교묘하고, 사건들을 매끄럽게 이어가죠. 단순한 수다쟁이가 분명 아니에요. 이야기꾼이죠. 이분 소설 썼어요. 장편은 아니고 단편이요. 국내에 번역판이 나왔답니다. 본래 영어 제목은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s)'인데요, 번역 제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같은 세상'이랍니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모음이죠. 우디 알렌의 수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읽어 보시길. 아, 벌써들 읽어 보셨겠네요. 책 괜찮죠. 아직 안 읽어 본 들한테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알렌 씨가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미리 알고 읽으세요.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라는 이야기죠. 영화에서든 책에서든 우디 알렌의 수다는 독창적입니다. 따라하지 마세요. 안 어울리니까.

이 영화의 교훈 : 아빠 말 잘 듣자. 
 
기억에 남는 대사 : 사망했다고 해도 용기는 잃지 마세요.
 
우디 할아버지, 이제 철 좀 드시나 보네요. 그럼에도 장난기와 창작 욕구는 잃지 마시길.
 
영화 제목 스쿠프(SCOOP): 특종을 뜻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이 단어를 소리내어 읽을 때마다 거대한 국자가 생각나더군요. 사전 찾아보니, 국자라는 뜻도 있네요. 역시. 스쿠프. 스프. 쿡. 쿠쿠 압력 밥솥. 배 고프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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