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력 - 10점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대형 옮김/형설라이프

흔히들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똑똑해야 좋다고 한다. 이런 성품이 지나치면 조급하고 신경질이 심하고 쉽게 화를 내며 자기만 옳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좌절한다. 차라리 곰처럼 둔하지만 우직한 사람이 낫다. 인사 담당자는 여우 같은 사람보다는 곰 같은 사람을 더 좋아한다. 몇몇 회사들은 실력이 뛰어나고 명문대를 나온 인재를 꺼린다. 언제 회사를 그만두고 나갈지 걱정부터 앞서니까.

외과의사 경력이 있는 문필가 와타나베 준이치가 이 책에서 삶의 행복과 성공 비결로 우리에게 보인 것은 그 이름도 생소한 '둔감력'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문학 청년이 원고를 퇴자 맞자 글쓰기를 포기하는 예를 들면서, 굳굳하게 잘 해내려면 주변의 부정적 반응에 둔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잔소리가 많은 상사한테 예 예 하며 가볍게 넘겼던 의사의 성공담은, 우리가 주변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사소한 잔소리는 무시하고 넘길 줄 알아야 인간 관계가 편하다. 또 자신의 마음이 편하다.

둔감력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천성적으로 예민하면 아무리 둔감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지나치게 둔감한 사람은 더 민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도의 문제다. 이 책은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한테 좋다. 미련하다는 소리를 부정적 의미로 자주 듣는다면 이 책의 독자가 아니다.

와타나베는 모든 병, 특히 스트레스의 근원은 지나치게 예민한 자율신경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세리에의 스트레스 학설이다. 지나친 교감신경의 긴장 상태가 병을 부른다. 혈액 순환이 좋으려면 주변 자극에 지나치게 반응하지 말고 그저 자기가 옳다고 믿는 걸 꾸준히 실행하면 된다. 글쓴이는 이를 신념으로 부르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 느낌이 무겁기 때문이었으리라.

신념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키고 싶은 뭔가 있는 사람은 외부의 비난과 어려움에 느긋하다. 이 책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마음가짐을 든다. 어머니의 사랑은 자녀의 그 어떤 투정도 단점도 악행마저도 일단 받아들인다. 허용한다. 그리고 꾸준히 칭찬한다.

흔히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하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주변에 워낙 잔소리가 많고 부정적 견해가 많아서 거기에 신경을 쓰면 행하기가 어렵다. 머릿속 가득 안 된다는 부정적 생각으로 가득 차 버린다.

글 잘 쓰고 싶은 사람은 종이와 펜, 혹은 컴퓨터와 키보드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그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글을 자주 잘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요한 게 빠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칭찬이다. 꾸준한 칭찬이 사람을 그 분야의 대가로 키운다. 스티븐 킹은 어머니로부터 계속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칭찬과 용돈을 받았다. 커서는 아내한테서 격려를 받았다. 그의 소설 [캐리]의 초고를 쓰레기통에서 구해낸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 어머니와 아내의 칭찬과 격려가 없었다면, 그는 진작에 글쓰기를 그만두었으리라.

용기만으로는 부족한다. 재능만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굳센 믿음으로 주변의 잡소리를 물리치고 꾸준히 글을 써 나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글쓰기뿐이랴. 사업은, 사랑은, 운동은, 외국어 공부는, 그 무슨 분야든 그렇다. 그럼 진짜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성경에 나온다.

고린도전서 16장 14절 말씀. "너희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지만, 그 일을 사랑으로 하면 아무리 어려워도 해낸다. 그러면 외부의 잡음에 둔감해지고 내부의 진실에 예민해지리라. 내가 권하는 '예민력'이다. 이름만 달리 붙였지 가리키는 것은 '둔감력'과 같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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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창준 2013.12.03 18: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퍼가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