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군화 - 10점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궁리
 
'잭 런던'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 본 사람은 대부분이 아이들이다. 미국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이가 어른들한테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어째서 아이들한테만 잘 알려져 있는가 하면, 그동안 국내에 그의 사회주의 소설은 소개되지 않았고 동물소설만이 어린이 도서 문고로 나왔기 때문이다.
 
시대 분위기가 바뀐 1980년대 말에야 잭 런던의 이 소설 '강철군화'가 번역되어 나왔다. 나왔기는 하나, 아직도 잭 런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철 다 지난 지금에서야 왼쪽 사람들한테는 필독서로 자리잡은 듯하다. 여전히 오른쪽 사람들한테 철저히 무시당하며 얘들이나 보는 황당한 이야기 책으로 짐작할 것이다.

이 소설은 잭 런던의 대표작이다. 그럼에도 그가 쓴 글이 워낙 극과 극을 달려서 이 책 하나만으로 잭 런던을 판단할 수는 없다. 짧은 생애에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고 온갖 다양한 삶을 살았다.

어려서 철저한 밑바닥 생활을 체험, 열렬한 사회주의자로 변신, 뛰어난 연설가, 독학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섭렵, 바다표범잡이 배를 타고 일본으로 여행, 대중소설을 발표하여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 남아프리카와 극동지역에 특파원 자격으로 파견됨, 호화 저택에서 40세로 생을 마감.  부두 노동자, 거지, 부랑자, 도적, 해적, 선원, 사회주의 운동가, 기자, 교수, 소설가.

"행하라, 아니면 죽어라."가 좌우명이었던 사람. 누구보다도 삶을 치열하게 살았으나 모순된 자신의 모습에 괴로웠던 그. 이 작품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강철군화'는 그의 생생한 밑바닥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이 작품의 구성은 독특하다. 주석이 달려 있다. 그 주석은 인류형제시대(B.O.M) 419년 통일된 사회주의 세계의 문헌학자 앤소니 메레디스가 단 것이다. 이 문헌학자는 '애비스 에버하드가 쓴 원고'의 발견에 흥분하면서 서문을 쓴다. 잭 런던의 능청스러움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다.

가상 미래의 문헌학자는 서문에서 "과두지배체제를 '강철군화'라고 명명한 것으로는 그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중에서 최초였다는 것은 더 이상 논의의 여지가 없다."며 격찬한다. 주석은 더 능청스러운데, "에버하드의 사회적인 선견지명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특혜를 받은 노동자들의 변절, 노동귀족들이 발생하고 서서히 부패하는 것, 부패해 가는 과두지배체제와 노동귀족들 간에 일어날 거대정부조직에 대한 지배권 다툼 등으로 마치 지나간 사건들을 조명해 보는 것처럼 분명하게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적는다. 자화자찬.

이 '지나간 사건들'은 잭 런던이 이 소설을 쓸 당시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만만하게 미래 시점에서 지나간 사건들이라고 말을 해 버린다. 이 작품이 발표된 1908년은 러시아 혁명(1917년) 전이고 제1차 세계 대전 발발(1914년) 전이다. 또 수많은 파쇼 정권이 성립되기 전이다. 그는 1908년에 그 모든 것을 예언해 버렸다. 심지어 비밀경찰들과 노동귀족의 등장까지.

소설은 노동자 대중을 위해 투쟁한 미국 사회주의 혁명가 어니스트 에버하드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에버하드의 목소리는 바로 잭 런던의 목소리다. 아니, 잭 런던이 되고 싶었던 인물이 에버하드다. 소설에서 혁명가들은 부유하고 악랄한 자본가의 목장에 은신처를 마련하는데, 작가의 실제 삶도 그랬다. 투쟁하겠다던 그는 자신이 그토록 증오한 노동귀족이 되어 호화주택에서 잘 먹고 잘 살았다.

돈과 권력이 주어지면 사람은 변한다, 매우 보수적으로.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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